1. ‘나’와 ‘내 것’, ‘나’와 관계된 모든 것과의 깨끗하고 영원한 단절
  2. 법문(法門) : 몸과 마음이 몽땅 빈 것이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3. 공안(公案) : 손 뿌리치고 집에 이르니 무엇이 있던가?
  4. 게송(揭頌) : 현실에 집착하면 미혹한 것이요, 이치에 계합해도 깨달음이 아니다.
 
     
   
     
   

『대저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바로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중생의 여섯 감관(六根)은 한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일어나기만 하면 곧 제 근원을 저버리면서 여섯 대경(六塵)으로 달려 흩어진다. 이제 목숨의 근원(命根)까지 통틀어서 모든 육정(六情)을 껴잡아 도루 근본인 한 마음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니, 곧 한 마음에 귀명(歸命)하는 것이 삼보(三寶)를 갖추는 것이다.』


                                  ― 경전(經典)의 말씀 중에서 ―




우리말에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여러 뜻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다' 혹은 '죽다'의 의미로 쓰인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두 의미의 연관성에 대해 대략적인 추측이 가능하다시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죽는다는 의미와 통해있다는 것은 우리 불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길을 가는 수행자들에게 있어서 돌아간다의 의미는 '본래의 성품자리로 돌아간다'의 의미로 주로 쓰인다. 텅트인 하나의 법계에서 생각이 엉겨 붙어 망령되이 '나'가 세워지고, 그 '나'를 중심으로 한, 의식의 흐름이 제멋대로 온갖 분별과 분한(分限)을 지어놓음으로써 언젠가부터 제가 도리어 그 분별과 한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게 되고, 결국 평생 제가 쳐놓은 그물과 틀에 갇혀 죽을 둥 살 둥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헛애를 쓰고 있는 우리 범부의 모습을 떠올릴 때, 그 어떤 획도, 그 어떤 사량분별도 일찍이 받아들인 적이 없는, 본래의 자리, 자신의 본향(本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수행자의 가장 큰 바람이자 과제일 것이다.


생멸도 없고 거래(去來)도 없고, 인간의 사량분별은 더더욱 붙을 자리가 없는 그저 청정하고 여여할 뿐인 그 본향을 제 스스로 등지고, 평생 온갖 갈등과 시름을 끌어안고 사는 떠돌이 신세의 중생들이 제가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자명하다. 그동안 전혀 허망한 의식으로 헤아리고 짐작하고 따져서 알아낸 모든 것,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대단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전혀 허망하고 망령된 알음알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참으로 깊이 사무쳐, 앉은 그 자리에서 그 모든 것을 좌단(座斷)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를 구성하고 또 '나'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의 모든 지식과 상식, 태어나서 지금까지 끌어 모은 모든 지견과 일체의 알음알이를 한 순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아주 흔쾌히? · · · · · · 이 포기는 쓸만하고 이로울만한 것은 챙겨놓고 그렇지 않은 것은 버리는 그런 꾀죄죄한 타협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세간법이건 출세간법이건 가릴 것 없이 어머니 배 밖에 나온 이후, 보고 듣고 해서 기억의 형태로 간직된 모든 알음알이와 깨끗이 작별을 고하는 일, 그것은 곧 자기부정(自己否定)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나'라는 존재를 흔적도 없이 지우는 일이다.


'나'의 존재를 지운다란 무슨 뜻인가? 깨끗이 죽어 마쳐야 한다는 소리다. 이는 물론 육신의 죽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의식 속에 완강히 자리잡고 있는 '나'와 '내 것', '나'와 관계된 모든 것과의 깨끗하고 영원한 단절을 의미한다. 이것이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돌아가다'란 말에 내포되어 있는 진정한 뜻이다. · · · · · · 의식에 의해 망령되이 생겨난 떠돌이 '나'에게서 '참 나'로 돌아가는 일. 그것이 제대로 된 수행자의 지귀(知歸)이다.


이처럼 만법의 근원으로 돌아가 본래 생멸도 거래도 없는 만유의 근원에 계합한다면, 그동안 우리 중생들이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던 성공, 행복, 명예, 쾌락한 삶 등의 온갖 가치관들이 몽땅 허망한 업식(業識)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곧 알게될 터이니, 이것이 바로 '성품을 보아 성불한다'(見性成佛)는 말의 참 뜻이요, 불법의 근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