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처와 중생이 한 거울 속의 영상일 뿐이다.
  2. 법문(法門) : 집착할 일이 없으니 얻을 것이 없고, 법을 짓지 않으니 이룰 것이 없다.
  3. 공안(公案) : 법이 맑고 마음이 공(空)하니, 그윽하고 현묘함을 헤아리지 말지라.
  4. 게송(揭頌) : 비추되 반연하지 않으니, 고요함인들 누가 고집하랴.
 
     
   
     
   

어떻게 보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보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라고 일러준다면, 질문한 그 사람은 틀림없이 그 일러준 바에 준하여 모든 것을 보려할 테니, 결국 그는 절대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 즉 말이나 글을 통한 합리적인 사유로는 결코 더듬을 수조차 없는 자리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말을 통하지 않으면 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선지식들은 그와 같은 질문에 대해 거울의 비추는 성품을 예로 들곤 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본래 마음을 거울에 비유하고, 모든 느낌은 그 거울에 비친 그림자로 보라는 소리다. · · · · · · 거울 속에는 비추기 위해 미리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물론 거울은 비추기 위해 작용을 행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분명히 작용이 없지만, 거울은 단 한 순간이라도 비추는 일을 멈추는 일이 없다. · · · · · · 이것이 모든 불자들이 공부하고 있는 마음의 구조이다. 비유를 위해 거울이라는 물체를 상정을 했지만, 물론 우리의 본래 마음은 물질도 아니고 물질 아님도 아니다. 그저 인연만 닿으면 형상으로도 나타나고, 느낌으로도 나타날 뿐이다.




맑은 거울이 다만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내듯이, 우리의 본래 마음 역시 어떠한 상대를 대해도 전혀 비판하거나 취하고 버리고 하는 일 없이, 거울처럼 그저 그 상대경계를 대할 뿐이니, 이것을 일러 현량(現量)이라 한다. 따라서 이 현량을 깨닫는다면 그 마음은 전혀 동요나 불안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니, 항상 쾌락하고 청정하여 걸림이 없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쾌락이니 청정이니 하는 말조차도 군소리에 불과하다.


진실이 이러함에도, 미혹한 중생이 그 본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늘 그 거울 위에 비친 그림자만을 붙들고 그것이 마치 실제인양 온 정신을 빼앗김으로써, 온갖 생주이멸, 생로병사가 한 시도 쉬지 않고 번잡하게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힌다 해도 결코 거울의 비추는 성품은 변하는 일이 없으니, 하늘도 땅도, 무너짐도 뒤집힘도 전부 그 마음의 거울에 비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와 인식되었다면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 아니라, 그 마음에 비친 그림자인 것이요, 또한 무언가를 인식한다는 그 일 자체가 우리의 마음이 바로 그 순간에도 환히 만 가지 경계 그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두루 비추어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의 본래 마음은 모습도 작용도 없어서 그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 없이, 다만 인연에 따라 그렇게 수만 가지 형상과 느낌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맑은 거울이 어둠을 비출 때에도 거울의 성품은 어둠이 아니고, 밝음을 비출 때에도 그 성품은 결코 밝음이 아니듯이, 우리가 아무리 좋고 싫고, 이롭고 해롭고에 휘둘려 정신을 못 차려도 우리의 본래 마음은 결코 좋음도 싫음도, 이로움도 해로움도 아닌 것이다. 바로 그 맑은 거울과 같은 마음의 성품이 바로 부처인 것이다.




이 몸도 마음도 모두, 중생의 마음의 거울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일 뿐, 항상 스스로 환히 비추는 이 '마음의 성품'(心性)은 항상 적멸(寂滅)하여 움직이는 일이 없다. 다만 거울에 비친 그림자만이 인연을 따르면서 생멸(生滅), 거래(去來)하는 모습을 나투는 것이니, 그에 대해 경전에 다음과 같이 이르고 있다.


『범부와 성인에 대하여 <다름>을 말하고 <같음>을 말하는 것은 이 모두가 <거울 속의 영상>에 대하여 분별하는 것과 같다.

이 하나의 거울만이 원만하게 시방(十方)을 다한 것이며, 거울 밖에 법이 없고, '그'와 '나'가 함께 끊어졌다.

원교(圓敎)에서는 '심성'(心性)은 다만 하나의 고요한 빛이어서 그것도 없고 이것도 없다. 시방 삼세의 모든 부처와 중생의 맨 끝까지를 다하여 하나의 '대원경'(大圓鏡)을 이룬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거울일 뿐, 동일함과 다름이 없으며, 다만 부처와 중생이 한 거울 속의 영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