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법이 끝끝내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제법실상(諸法實相)이다.
  2. 법문(法門) : 제법실상을 알면 모든 말은 저절로 끝난다.
  3. 공안(公案) : 천 성인(聖人)이 머물지 않으니 자취가 없다.
  4. 게송(揭頌) : 허공을 더듬고 메아리를 좇으니· · · · · ·
 
     
   
     
   

 △ 방(龐) 거사가 송했다.

  시방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제각기 무위(無爲)를 배운다.
  이것이 곧 선불장(選佛場)이니
  마음이 공(空)하여 급제하고 돌아간다.



 △ 심문분(心聞賁)이 송했다.

  풍월과 산천이 모두 일가(一家)이니
  누가 말로써 용과 뱀을 가리랴?
  이태백이 일찍이 편전(便殿)에 오른 적이 없는데
  붓끝에서 어젯밤 꽃이 저절로 피어났네.



 △ 원오근(圓悟勤)이 이 이야기를 들고는 말하기를,· · · · · ·

 『대장부가 결연한 의지와 영특한 기개로 화성(化城)을 밟아 부수고, 곧장 알아차려서, 밖으로 모든 경계가 있음을 보지 않고, 안으로 자기가 있음도 보지 않고, 위로는 모든 성인이 있음을 보지 않고, 아래로는 어리석은 범부가 있음도 보지 않아서, 맑아서 씻은 듯하고, 벌거벗은 듯하여 한 생각도 나지 않으며, 마치 물통의 밑창이 둘러빠진 듯하면 이 어찌 마음이 공한 것이 아니리요?

 이 경지에 이르면 방망이나 할(喝)이 용납되겠는가? 현묘(玄妙)한 이치가 용납되겠는가? 피·아(彼我)의 차별이나 시비가 용납되겠는가? 당장 이글거리는 화로 위에 한 송이 눈과 같으리니, 이 어찌 선불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나 자세히 살피건대, 아직도 계급에 걸렸도다. 그러면 계급에 막히지 않는 한 구절을 어떻게 일러야 하겠는가?

 자세히 알겠는가? 천 성인이 머물지 않으니 자취가 없고, 만인이 모인 가운데서 '드높은 표방'(高標)을 빼앗았도다.』하였다.



 △ 천동각(天童覺)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고는 말하기를,· · · · · ·

 『이미 무위라면 어떻게 배우겠는가? 또 마음이 만약 공했다면 어떻게 급제하겠는가? 알겠는가? 모르겠다면 천동이 다시 주(註)를 내리리라.

 큰 바다를 마셔 말리고 수미산을 밀어 쓰러뜨린다. 확연히 크게 영통한 이가 과연 이 누구인고? 향기롭고 수려한 숲은 향나무의 가지다. 으르렁대며 굴에서 뛰쳐나온 사자새끼여! 삼천세계가 한번 탄지하는 사이에 나타나고, 팔만법문이 열려서 눈썹을 쌍으로 활용하니,· · · · · ·

 이 앎인가, 알지 못함인가? 함인가, 함이 아닌가? 도가 시방 허공에 가득함이여! 마음이 억겁을 초월하였도다. 그림자가 만상(萬象)으로 흐름이여! 기운이 두 갈래로 나뉘었도다.』하였다.



 △ 영원청(靈源淸)이 이 이야기를 들고는 말하기를,· · · · · ·

 『이런 이야기는 흡사 스스로가 물러날 생각을 내고는 자기로써 남을 견주는 것과 같다. 비록 그러하나 교화문 중에선 이것이 참된 방편이다. 왜냐하면 이미 옥당(玉堂)에 앉은 선비는 과거에 오를 필요가 없겠으나 아직 금방(金榜)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과거를 보아야 한다.

 대중이 오늘 아침 선불장에 회동하였으니, 각기 본래제목(本來題目)을 풀어서 마음이 공하여 급제하려면 반드시 본분시관(本分試官)을 만나야 한다. 만약 본분시관을 만난다면, 말해 보라. 무엇으로써 증험하겠는가?

 당장 일언지하에 신통변화하여, 번개 번쩍 하는 사이에 어·룡(魚龍)을 가려낸다.』하였다.



 △ 송원(松源)이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고는 일갈(一喝)하고 말하기를,· · · · · ·

 『오히려 그런 것이 있었구나! 천복(薦福)의 문하에 오늘 시방이 함께 모였는데, 모든 일이 여느 때와 같아서, 추우면 화로 가에 둘러앉아 불을 쪼이고 더우면 서늘한 곳을 찾으니 항아리 속의 세월이 장구(長久)하다는 말이 믿어지는구나.』 하고 일갈(一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