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법이 끝끝내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제법실상(諸法實相)이다.
  2. 법문(法門) : 제법실상을 알면 모든 말은 저절로 끝난다.
  3. 공안(公案) : 천 성인(聖人)이 머물지 않으니 자취가 없다.
  4. 게송(揭頌) : 허공을 더듬고 메아리를 좇으니· · · · · ·
 
     
   
     
   

 중생들이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제법실상(諸法實相)을 모르기 때문이오.· · · · · · 일체 만유(萬有)는 전부 인연생기(因緣生起)라 자체의 성품이 없소. 일체 만법이 전부 비어서 자체의 성품이 없으니, 딱히 찍어서 이름을 지을 대상도, 의미를 부여할 대상도 없는 거요. 다시 말해, 지금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이런 것, 모든 저런 것들은 몽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제 멋대로 이름을 짓고 얼기설기 관계를 지어 이렇다커니 저렇다커니 의미를 뒤집어씌운 것에 불과한 거요. 한 마디로 전부 제 마음이 지어서 나타난 거라 소리요.· · · · · · 이렇게 만법이 끝끝내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바로 제법실상이오.

 일체 만법이 자체의 성품이 없어서 아무 것도 아니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조차 붙을 여지가 없는 거요. 아무 것도 아니니, 혹은 아무 거니 하는 것도 어디 비빌 둔덕이 있어야 그 말이 의미를 갖지 않겠소?· · · · · · 하지만 참으로 아무 것도 없는 게 진실이라면, 모든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들은 전부 잠꼬대와 다르지 않은 거요. 그렇기 때문에 제법실상을 알면 말이 저절로 끝나는 거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아, 여태까지 긴(是)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로구나?' 하고 알아듣고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한 토막 지견을 배워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범부가 알아듣는 방식이오.· · · · · · 일체 만유가 자체의 성품이 없는 빈 것이어서, 이름도 의미도 본래 붙을 곳이 없는 것이라면, 그래서 도무지 이렇다커니 저렇다커니 하는 그 어떤 논의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완전히 와 사무쳐졌다면,· · · · · · 말이 저절로 끊어지지 않겠소?



 자체의 성품이 없기 때문에 일체 만법은 스스로 성립될 수가 없소. 그 스스로도 성립할 수 없는데, 어떻게 다른 걸 낼(生) 수 있겠소? 그러니 오직 마음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라고 인정해서 모습을 취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짓기 때문에, 그놈이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온통 그 마음을 흔드는 거요.

 모든 것은 인연화합으로 있을 뿐이니, 그 무엇도 자체의 실체성이 없는 거요.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리요. 이처럼 일체 만법이 본래 허공꽃 같아서 아무 것도 아닌 것이라면, 도대체 여러분 마음이 무엇 때문에 걱정스럽고 무엇 때문에 불안하겠소?· · · · · · '무엇 때문에'.· · · · · · 그런 것은 없소.· · · · · · 도무지 서로 마주 보고 상대할 것이 없는 거요. 일체 상대가 본래 끊어진 것인데, 제가 지어서 상대를 삼은 것뿐이오.



 절에 가면 염불(念佛)하는 소리 많이 들을 거요. 염불이 뭐요?· · · · · · 뜻도 모르는 소리를 중얼대는 게 염불이 아니오. 문자 그대로 부처를 생각한다는 소리요.· · · · · · 제법실상이 전부다 허망하게 빈 것이어서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게 곧 부처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아서 무엇을 보건 무슨 소리를 듣건, 그게 전혀 허망한 것이어서 그 마음에 어떠한 자국도 남기지 않게끔 되면 그게 가장 올바른 염불이오. 세상 살면서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默動靜)하는 전 과정을 통해 티끌만한 한 생각도 내지 않고, 생각 내지 않는다는 생각도 내지 않으면 그게 가장 올바른 염불이오.

 생각 없어야 한다, 생각 없어야 참된 염불이다 하고 들으면 범부는 생각을 찍어누르느라고 그 다음부터 병이 생겨요.· · · · · · 그것이 심리작용이었건 물리작용이었건 일체가 전부 허망한 것이라면, 새삼스레 찍어누르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겠소?· · · · · · 다만 생각이 생각인 채로 생각이 아닌 줄 아는 사람이라야, 생각 있고 생각 없고가 가지런할 수 있는 거요.· · · · · · 여러분이 생각할 때에도 여러분 참 성품은 생각함이 아니고, 여러분이 생각하지 않을 때에도 여러분 참 성품은 생각하지 않음이 아니오. 여러분의 참 성품은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고를 본래 넘어서 있는 거요.

 제법실상이 올올히 드러나고 보면, 모든 것을 다만 있는 그대로 볼 뿐, 도무지 이름지을 일이 없고, 좋다커니 싫다커니 할 일도 없으며, 해탈이니 열반이니, 번뇌니 보리니 하는 소리가 몽땅 붙을 데가 없는 군소리에 불과한 거요.· · · · · · 제법실상은 인무아(人無我)요, 법무아(法無我)니, 사람도 법도 전부다 실상이 빈 거요.



 개중에는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이 있소.· · · · · · 한 마디로 말해서,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잘 안 된다는 것은, 염불에는 생각이 없고 잿밥에만 생각이 있다는 소리요. 그 마음속에 이미 어떻게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있는 거요. 그래서 그 대상을 자기 뜻에 맞는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소리요.

 참으로 제법실상이 몽땅 비어서 끝끝내 아무 것도 없는데, 또 다시 하고싶은 건 뭐고 되고싶은 건 뭐요?· · · · · · 입으로는 모든 게 비고 아무 것도 얻을 것 없다고 말하면서, 계속 뭔가를 바라고 있는 거요. 어지러운 마음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꾸고 싶고, 탐내고 어리석은 마음을 성인의 마음으로 바꾸고 싶고, 싶고, 싶고.· · · · · · 그렇게 떨쳐버리고 싶은 어지러운 마음도,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도 그 실상이 전부 비었다는 소리를 지금 하고있는 거요. 탐진치도 비고, 계정혜(戒定慧)도 비고,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는 모든 것은 전부다 인간 두뇌의 산물이지 실상이 없는 거요.

 진리는 이미 원만하고 구족해서 새로 완전하게 갈고 닦아 완성시키기를 기다릴 것이 없고, 제법실상이 본래 빈 것이니 갈등도 번뇌도 새삼 쓸어낼 것이 없는 거요. 있는 그대로 본래 적멸(寂滅)한데, 어리석은 중생이 헛것을 보고 지금 자꾸 잠꼬대를 하고 있는 거요.



 지금까지의 말을 긍정해도 방망이 감이고, 부정해도 방망이 감이오. 요는, 이 말을 긍정도 부정도 않고 들을 수 있겠는가 하는 거요.· · · · · · 여러분의 본래 성품은 보탤 것도 덜 것도 없이 본래 원만구족 해서, 새로 긍정해서 취할 것도, 부정해서 내찰 것도 없는데, 끊임없이 스스로 지어놓은 환영에 속아서, 보다 낫고 보다 못하고 하는 데에 정신이 빠져있는 거요.· · · · · · 더 이상 보탤 것도 덜 것도 없으면 지금 있는 그대로 부처요. 모든 것을 이미 자기 자신이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