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가 알맞게 공부가 익어서 어느 날 문득 생멸 없는 '본래 마음'을 깨쳐서, 법성(法性)을 보고 나면, 마치 오랜 겁(劫) 동안 일찍이 한 번도 깨어나 본 적이 없었던 오랜 꿈에서 깨어난 것과 같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어떻게도 설명이 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세계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일찍이 생사고해(生死苦海)에 빠져서 허덕였던 적도 없고, 거기에서 헤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일도 없으며, 또 그러는 가운데 나름대로 터득했던 갖가지 그럴싸한 '지혜'들도 모두가 꿈속에서의 허망한 잠꼬대였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해방감이다. 오직 순일(純一)한 허공성으로서의 '신령한 앎'(靈知)이 있을 뿐이요, 도무지 일체의 상대가 끊어져서, 그저 자기 혼자서만 알 뿐, 누구에게 말할 일도 아니다. 모든 것이 그저 맑고 고요할 뿐이어서 '법락'(法樂)만이 가득하다.

― 그런데 이 때, 등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하기를, 「지금 꿈에서 깬 것은 누군가?」 하는 게 아닌가. 뒤돌아보니 아무도 보이진 않고, ― 실로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이다. 그는 자신이 여전히 의근(意根)으로 법진(法塵)을 희롱하고 있었을 뿐이었음을 알아 차린 것이다. 하마터면 그것을 '구경'인 줄 알고 거기 머물 뻔했으니, 참된 '상락아정 (常樂我淨)의 마음'이 어찌 학인에 의해 증득될 수 있겠는가?

덕산 연밀원명(德山 緣密圓明) 선사가 어느 날 시중(示衆)하기를, ···
『 <다해 마치기에 이르러서는>(及盡去)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당장 입을 벽에 걸거늘, 그러나 아직 어떤 한 사람만은 깔깔대며 크게 웃으리라. 만약 이 사람을 알면 '참선공부'는 끝났다 하리라. 』 했다고 한다.

나중에 천동각(天童覺)에게 어떤 중이 묻기를, ···
『 기억컨대, 덕산이 말하기를, 「다하기에 이르러서는 삼세제불도 당장 입을 벽에 걸거늘, 아직 어떤 한 사람은 깔깔대며 크게 웃는다」고 했다는데, 어떤 것이 바로 그 '한 사람'입니까?』 하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
온 몸에 그림자가 없을 때, 그 사이에 도리어 '눈'이 있느니라. 』 하니, 중이 말하기를, ···
몸을 돌려서(轉身) 무쇠 곤륜(崑崙) 을 밟으니, 폭풍이 불어도 바람 한 점 들어 오지 않는 줄 비로소 알겠습니다. 』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
꼭 그렇게 해야 하느니라. 』 하니 중이 절을 했다.

선사는 이어서 말하기를,
삼세제불과 육대(六代)의 조사들은 다만 '마음'을 밝히고, '일'을 끝마친 사람일 뿐이다. 그대들은 '자기 마음'을 밝혔는가? '자기의 일'을 마쳤는가? 그대가 만약 '마음'을 밝히고 '일'을 마쳤다면 다시는 온갖 일이 조금도 분수 밖이 아닐 것이며,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니, 깨끗하게 일체를 벗어나서, 온 몸이 이렇게 되리니, 언어가 이르지 못하고, 시비가 미치지 못하리라.
마치 뜨거운 무쇠 위에 모기가 앉을 수 없듯이, '바깥의 인연'(外因緣)이 아주 없고, '다른 그림자'도 전혀 없으리라. '비추는 이'와 '비춤'이 모두 적멸하리니, 적멸한 가운 데 이 '적멸'을 증득하는 이도 역시 그대의 '자기'일 뿐이리라.
만약 이렇게 된다면 마치 물통의 밑창이 쑥 둘러빠진 것과도 같아서,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오온(五蘊)·십팔계(十八界)가 싹 쓸어서 남음이 없으리니, 다시 그 어떤 것이 '다할 수 없는 것'(盡不得底) 이겠는가?
 
형제들이여, 호흡이 끊어진 때와 자취가 끊긴 곳에서 모름지기 안목을 갖추어야 하느니라. 그럴 때에는 역력(歷歷)하여 혼침(昏沈)하지 않고, 영령(靈靈)하여 상대가 끊어져서, 온 세상을 활보하매 두루 응하여, 한 티끌에 들 때에 모든 티끌 속의 도량 (道場)에 앉고, 한 곳에 들 때, 온갖 곳에서 불사(佛事)를 지으리라.
초목총림(草木叢林)과 산하대지에 이르기까지 한 물건, 한 일인들 어찌 분수 밖의 것이 있겠는가. 이 모두가 그대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곳이며, 그대들의 설법하는 곳이며, 그대들의 출신처(出身處) 니라. 문문(門門)마다 이렇게 오고, 법법(法法)마다 이렇게 머무르나니, 그 사이에는 전혀 오고 가는 모습이 없도다. 이 <신령하게 밝고 절대한 것>이 여러분의 '자기'이니, 만약 <온갖 법과 상대를 이룬다면> '자기'가 이루어질 수 없느니라.
 
만약 몸이 공하면 눈도 공하고, 눈이 공하면 빛도 공하여, 마치 자기로써 자기에게 합하면 일체법에서 허공을 허공에 합함과 같고, 물로써 물에 합함과 같으리니, 분별할 필요가 어디 있겠으며, 담을 쌓을 필요가 어디 있으리요? 그러므로 말하기를, 「땅이 산을 떠받쳤으나 산의 높고 험함을 알지 못함과 같고, 돌이 옥(玉)을 머금었으나 옥에 티가 없음을 알지 못함과 같다.」 고 하였다.
 
이것이 곧 '평등'이니, 평등에는 기멸(起滅)도 없고 왕래도 없고, 호악(好惡)도 없고 취사(取捨)도 없어서, 다만 흡족하고 쾌적하나니, 이것이 곧 '평등의 모습'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저촉되는 일이 있으면 문득 장애를 이루리라. 그대가 만약 깨끗이 다해 버리면 자연히 구족하고, 몰록 놓아 버리면 자연히 버젓이 이루어지리라.
 
만약 일체처에서 모든 잡된 것이 부서지고 나면, 큰 것과 작은 것, 모난 것과 둥근 것을 보는 곳에 빛(色)을 세울 수 없나니, <전체 빛>이 바로 <봄>(見)이기 때문이며, 듣는 곳에 '소리'를 세울 수 없나니, <전체 소리>가 바로 <들음>(聞)이기 때문이며, 나아가 향·미·촉·법도 모두 그러하니라.
 
그대들은 그렇게 되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게 되어 본 적이 있다면, 고인이 말하기를, 「도의 성품은 스스로 평등하여 평등함조차도 없다」 고 한 뜻을 비로소 알게 되리라.』고 했다고 한다.

 
참으로 험한 길이다. 학인이 올바른 수행을 통해서 지혜가 열리면 <'생사'가 그대로 '열반'인 도리>를 알게 된다. 지금의 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계가 그대로 공적(空寂)해서 본래 아무 일도 없는 '열반의 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른바 오온(五蘊) 십이입(十二入) 십팔계(十八界) 등의 모든 경계가 몽땅 사라지고, 나아가 온갖 질병이나 모든 근심 걱정, 그리고 업(業)과 악마(惡魔) 및 그밖에 이승(二乘)이나 보살(菩薩) 등의 경계에 동요되거나 핍박당하는 일이 없다. 그리하여 항상 선정의 삼매 공덕이 생기고, '법신'의 실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이 훌륭한 공덕들이 '진리'를 따라서 나타나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이면 기쁜 마음에 금방 <'도'를 따르고 '법'을 사랑하는>(順道法愛) 마음이 생기면서, 더는 나아가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면 이것을 일러서 '정타'(頂墮), 즉 <꼭지에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만약 학인이 공부하는 가운데 '법애'(法愛)가 생기면 얼른 이것을 털어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두가 유루(有漏)의 무상한 경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경에 이르기를, 「비록 '아촉불국'이 나타나더라도 얼른 지나쳐 버려야 한다」 고 했던 게 아니겠는가? 이 '법애'가 다해야 비로소 '무명'이 깨뜨려지면서 '부처 지혜'가 열리고, '진리'에 계합하게 되는 것이다.

 
낭야(瑯瑯)가 어느 날 시중(示衆)하기를, ···
앞으로 나아가면 죽고, 뒤로 물러나면 멸망하고, 나가지도 않고 물러나지도 않으면 <일 없는 땅>에 떨어진다. 어찌하여 그런가? 장안(長安)이 비록 좋기는 하나, 오래 머물 곳은 못 되느니라. 』 했다고 한다.

그러니 진정한 '법의 평등'을 얻어서, '속박'도 '해탈'도 다 본래 고요하여 '빈 이름' 뿐이라는 사실을 사무치기 전에야 어찌 능히 지금의 이 '분별하는 마음'을 뒤쳐서 본래 스스로 청정한 '제 성품'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마땅히 그 어디에도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하느니라」고 한 금강경의 말씀이 새삼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