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써 <마음>을 구하지 말라.
   

비록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무심(無心)>이란 말이 있다. "마음을 비웠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그와 유사한 말들은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어 ―심지어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입에도 오르내릴 정도로― 거의 우리의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부터 수많은 선사들이 그리도 강조해 온 <무심>에 대해서 명색이 법을 구한다는 수행자들마저도 그 말의 참뜻을 깊이 새기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번뇌로 시달리는 마음을 비워서 '무심한 마음'으로 바꾸고, 또 '시끄러운 마음'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꾸고, '물든 마음'을 '깨끗한 마음'으로 바꾸는 등의 말은 흔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초발심일 때에 관심을 가질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마땅치 않은 마음'을 '마땅한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마음>을 깨치지 못했을 때 하는 말이다. <참 마음(眞心)>이야 본래 허공처럼 비어서, 물드는 일도 없고 따라서 깨끗해지는 일도 없으며, 또한 늘 스스로 고요해서 맑고 깨끗하니, 다시 무슨 조작을 기다릴 일이 있겠는가?

그러나 누구나 흔히 쓰기 좋아하는, "마음을 비웠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들은 "마음을 비우려는 노력"을 통해서 <마음>을 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능히 비울 수 있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참 마음>이 아니라, 망심(妄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자기의 본래 여여한 <참 마음>을 되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망령된 마음'을 조작해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을 유일한 수행인 줄 잘못 알고 있으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이 보통 '마음'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실은 <마음>이 아니라, <마음>에 비친 업의 그림자인 것이다. 즉, 늘 여여하고 청정한 <본래의 마음>이 인연을 따르면서, 마치 거울에 그림자가 비치듯이, 여러 형태로 나투어진 영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 허망한 그림자에 '뜻'이 있고 '힘'이 있어서 <마음>을 능히 비울 수 있겠는가? 더구나 "마음을 비운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유위행인데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래서 옛 선사들도 한결같이 말하기를, "다시는 '마음'으로써 <마음>을 구하려고 하지 말라. 천만겁을 지나도 결코 얻지 못하리라.
바로 그 자리에서 당장에 '무심'한 것만 같지 못하리니, 이것이 바로 '본래의 법'(本來法)이다." 라고 경책했던 것이다.

<마음>이 곧'부처'요, '도(道)'요 '신령한 깨달음의 성품'(靈覺性)이니, 지금 현재 우리들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見聞覺知)" 모든 작용이 모두 <이것>으로부터 나투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견문각지(見聞覺知)가 곧 <마음>이요, <마음>이 곧 견문각지인 것이니, 이것은 마치 바다와 물결이 둘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이렇듯 모든 법이 <마음>으로부터 났다는 사실을 깊이 사무쳐 알았다면, 그 무엇에도 집착할 일이 없는 것이요, 집착할 일이 없으니 그 때야 비로소 조금은 "무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거듭 분명히 알아야 할 일은, 결코 '진정한 무심'은 애써 노력한 보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노력해서 안 되는 것 같으면, 노력하지 않아도 안 된다. ― 해도 안 되고, 하지 않아도 안 되는, ― 바로 그 자리에서 문득 활로를 얻어야 하는 것이니, 모름지기 깊이 살펴야 한다.

이렇게 자세히 밝혀 보여도, 다시 그 가운데서 '무심'에 대한 규범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 바로 범부의 어쩔 수 없는 업의 근성이다. ― 그 '마음'이 '무심'에 들었는지, 아직 '무심'에 들지 못했는지를 분별하지도 말고, ― 다시 말해서 '무심'도 '무심 아닌 것'도 보지 않고, 내내 이렇게 그 마음의 흐름을 담담히 비출 수만 있다면, 머지 않아서 당신은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닌, 바로 그 '무심'이 어느 날 문득 현전(現前)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여기 "마음 공부"에 대한 달마대사의 게송 한 수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