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는 자도 닦지 않는 자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 '마음'이 그대로 '법'이요, '마음'이 그대로 '부처'여서, '마음' 밖엔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완벽히 체달한다 해도 , 저 바깥에 여전히 은은하게나마 뭔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바깥에 유정(有情) 무정(無情)의 온갖 잡다한 것들이 마구 우쭐우쭐 하면서 여전히 '나'를, '내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도저히 안되겠구나」 하고 지레 움츠러든다면 이건 수행자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제 8 부동지(不動地)에 이른 대보살(大菩薩)은 물론이고, 제 10 법운지(法雲地)에 이른 보살까지도 '마음' 밖에는 한 법도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 알면서도 아직은 은은하게 나마 마음 밖에 뭔가가 있는 듯해서 말끔히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때문에 모든 수행자들은 한결같이 이 쫓아도 쫓아도 사라지지 않는 '경계'를 말끔히 털어버리기 위해서 더욱더 '공(空)한 도리'에 매달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공해탈'(空解脫)을 치우치게 추구하는, 이른바 '권교보살'(權敎菩薩)이고, 또 구경(究竟)에 '서방정토'(西方淨土)가 구현(具現)되기를 바라는 이른바 '정토보살'(淨土菩薩)인 것이다. 그러나 일승보살(一乘菩薩)은 결코 <마음 밖에 한 법도 없는 경지>를 증득(證得)하는 일은 없다. '일승보살'이라면 마음 밖에 법이 있건 없건, 또한 그것에 홀리건 홀리지 않건 간에, 그 모두가 오직 참된 '한 마음'에 의해서 운용(運用)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꿰뚫어봤기 때문에, 따라서 모든 법은 지금 있는 이대로가 평등하고, 어느 것 하나도 '불법'(佛法) 아닌 게 없는 것이다. 즉, 어지럽기 그지없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이 세상이 바로 '정토'요, 때문에 능히 「저의 국토는 안연(晏然)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떤 수행자가 충국사(忠國師)에게 물었다.
 

  『 경에 이르기를, 「온갖 법이 모두 '불법'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살생'(殺生)도 '불법'입니까?』하니, 국사가 대답했다. 『 온갖 하는 일은 이 모두가 '부처 지혜'의 작용이니라. 마치 사람이 불을 태울 때, 불이 향기로움과 나쁜 냄새를 가리지 않는 것과 같 고, 또한 물이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가리지 않는 것과 같나니, 이 모두가 '부처 지혜'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수행자가 '마음' 밖에서 법을 취하여 분별을 내면서, 매양 '훌륭한 일', '선한 일'만을 널리 지으면서 그것으로써 옳은 것으로 삼고 이에 집착한다면, 이것은 곧 세간법일지언정 결코 '마지막'(究竟)은 아닌 것이다.

요컨대, 이 '일승법문'(一乘法門)은, 먼저는 홀렸다가 뒤에 가서는 홀리지 않게 되는, 그런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개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첫째로, 범부는 늘 바깥 경계에 홀려서 헤어나지 못하고,
  둘째로, 이승(二乘)은 저 바깥의 모든 경계가 그림자처럼 허망한 것인 줄 깨달아서 철저히 이것을 쓸어내고,
  셋째로, 보살(菩薩)은 '빈 것'도 또한 '빈 것'이 아니라고 하며,
  넷째로, 부처 지혜의 경지에 이르면, 대경(對境)이 있건 없건, 또 그것에 '홀리건' '홀리지 않건' 이 모두가 오직
'마음의 광명'일 뿐인 줄 분명히 알아서, 마치 태양이 중천하자 뭇 별이 그 모습을 감추듯 하여, 도무지 말이나 생각으로 헤아리고 더듬고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느 날 임제선사(臨濟禪師)에게 지방장관인 왕상시(王常侍)가 찾아왔다. 왔던 김에 둘이서 함께 승당(僧堂)에 들어가 구경을 하게 됐는데, 이 때 왕상시가 묻기를,
 
  『 이 한 방의 중들이 경(經)을 봅니까?』
  『 경을 보지 않소.』
  『 좌선(坐禪)을 하는가요?』
  『 좌선도 하지 않소.』
  『 좌선도 하지 않고, 경도 보지 않으면 저들은 무엇을 합니까?』
  『 저들로 하여금 모두 성불하고, 조사(祖師)가 되게 하려고 하오.』
그러자 왕상시가 말하기를, ···
  『 황금 부스러기가 비록 귀하기는 하나, 눈에 들어가면 티가 됩니다.』 하니,
선사가 깜짝 놀라면서 말하기를, ···
  『 내가 그대를 속인(俗人)인 줄로만 여겼었느니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