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다 내려놓으면 어떻게 여기까지 와요?

그냥 봐요.

그건 ‘내 마음’이 아니오.

구하는 마음이 ‘있다’가

구하는 마음이 ‘없는’ 거,

그거는 내 마음, 본래 마음이 아니오.

버릇 들여진 ‘의식’이오.

구하는 쪽으로 버릇 들여졌다가,

이제 구하는 게 없는 쪽으로 버릇 들여지겠다..

그런 이야기요.

마음 밝히라 했지,

의식을 이치나 도리에 맞게 조작하라는 거 아니오.

의식은 끝끝내 흙탕물이오.

아무리 좋은 생각, 딱 맞아 똑 떨어지는 생각도

다 의식입니다.

그 고비를 문득 넘길 수 있는 거는 외길이오.

있는 그대로 봐요.

산이 높고 바다가 깊은 건 뭡니까?

그게 전부 업이오.

하늘 땅도 전부 업입니다. 마음뿐이오.

그런데 하늘 땅이 꼭 마음 밖에 있는 것 같아.

마음공부를

‘의식을 단청하는 것’으로 혼동하면 안 돼요.

모든 게 마음뿐이니

그저 있는 그대로 보면 될 뿐이라고 하는 거요.

모든 게 마음뿐이니

그 마음에 무슨 다툼이 있겠어요?

옳은 걸 보건 그른 걸 보건 이롭건 해롭건

모든 심리적 물리적 일체 차별법 앞에서

마음자리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요.

각자 자기 업, 제 취약점은 자기가 잘 알잖아요?

스스로 알아 다스려 나가는 거,

그게 마음수행입니다.

뭐 대단한 왕도가 있는 거 아니오.

각자 과제가 다 달라요.

누구나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못 속입니다.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라야

진정으로 감내하는 거요.

맘에 들고 마땅한 것은 누구라도 문제 안 삼죠.

느닷없이 억울한 소리 들었다고 해 봐요.

도저히 용납이 안 되지...

견문각지가 견문각지가 아닌데,

의식이 마음인 줄 알고 사는 사람은

도저히 그냥 못 넘깁니다.

보고 듣는 대로 자기중심적으로 분별해요.

의식을 잘 훈습해서 걸림도 막힘도 없는

그런 경지로 합일시켜라 하는 게 마음공부 아닙니다.

마음 밝히는 거요.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결과가 좋건 나쁘건

그냥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요.

그 길 밖에 없어요.

이건 참 외로운 길입니다.

누구한테 확인받고 증득받고 할 수도 없는 길이오.

구경의 증득은

학인에 의해서, ‘나’에 의해서 증득되는 거 아니오.

‘이만하면 됐다.’ 하는 건 가짜요.

제가 그려 지어놓고 제가 받는 거요.

몽땅 다해 마치게 되면요,

증득도, 증득 아닌 것도,

전부 다 인간이 허공에 손가락으로 획 그어놓고

턱걸이 하는 것...

그걸 알게 됐을 때

비로소 스스로 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