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거를 분필이라 하면, 평지 위에 시체가 늘비한 거요.

분필이 아니라고 하면, 근본을 등진 거요.

뭐라고 해도 진실이 아니오. 말할 수가 없는 것.

비유비무(非有非無). 자체로 성품이 없어요.

보살은,

성품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있다는 것도 물론 보내지만, 없다는 것도 마저 다 보내요.

그러면 영성이 드러나요.

있다 없다 지은 것도

이 하나의 영성에 의해 비추어진 그림자일 뿐이오.

모든 모양은 물리적 실재(實在)가 아니오.

......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성질이란 것이 정의되는데,

양자역학에 의해,

이 대상이 실체가 없다는 게 드러났으니,

그 대상의 ‘성질’이라는 것은 또 어디에 붙겠소?

그렇다고 관찰자가 그 성질을

자기 것이라 챙길 수도 없잖아요?

관찰자도 관찰 대상도 텅 트여서 티끌 하나 없어요.

......

우리는 대상을 볼 수가 없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가요.

우리가 알아봐야 할 대상이 없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가요.

뭔가를 알아볼 만한 ‘나’도 없어요.

안으로 나도 없고, 바깥으로 상대할 티끌만한 한 법도 없는 거요.

마음에 능소(관찰자와 관찰대상)의 자취가 없어야

이 광명이 직접 빛을 놔요.

그게 정각(正覺)이오.

이건 헤아리지 않아요. 모든 걸 그냥 비춰요.

마치 맑은 거울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출 뿐

조작하지 않듯이.

보는 게 보는 게 아니고, 듣는 게 듣는 게 아니고,

나의 본 바, 나의 들은 바라고,

붙잡아서 기억해 간직할 것이 없어요.

본 놈도 본 것도 없으니,

기억해 쌓아나갈 일이 아무것도 없죠?

의근에 법 티끌이 쌓이질 않아요.

그러면 아라한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