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한 생각 일어날 때 일어나는 첫머리가 없소. 일어난 적도 없는

의식 가지고 왜 그렇게 야단법석이오? 그 의식이 본래 ‘나는 일’이

없는 줄 알면 그 순간 열반이오. 요동치건 고꾸라지건 무슨 상관

이겠소? 드러난 모양은 전부다 꿈이고 환이오. 걱정할 일이 없소.

‘걱정하는 나’라는 것은 환상이오.

이 몸은 환화공신이오. 이 몸은 보지도 듣지도 못 하고, 왔다 갔다

하지도 못 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행주좌와 어묵동정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죠? 뭐가 그것들을 그리 하게 하는가?

이 몸은 철저히 지각이 없어요. 꼭두각시가 자기 생각으로 춤추는

거 아니잖소? 그렇다면 이 몸에서 영성(靈性)을 봐야 해요.

순간순간 영성이 응현해요. 그런데 영성 자체는 작용이 없어요.

작용 없는 영성이 인연에 감응해서 모든 모습을 나투는 거요.

이 몸에서 영성을 보게 되면 그 모든 갈등 요소가 원천적으로

소멸돼요. 모두가 영성일 뿐이오.

여러분이 전부다 신광을 놓고 있어요. 다만 제가 못 알아차리고

있을 뿐이오.

이 몸에서 영성을 보는 일이 다른 그 어떤 일보다도 시급한

일이오. 제정신을 찾는다는 얘기요.

물 없이 출렁이는 물결이 없듯이, 여러분의 모든 생각, 지각활동은

여러분의 심성에 의지해서 이루어지고 있소. 심성은 본래 청정해요.

그러면 여러분은 그럴 거요. “청정한지 아닌지 부처도 못 가봤다

고 하면서 어떻게 청정하다고 아나?”

‘모르니까’ 청정하다고 그러는 거요!

이 영성에 돌아가서도 거기 머무르려고 하지 말아야 하오.

가짜 진여에 휘둘려 가지고 이 영성에 머물렀다 하면, 못 빠져나

와요. 이게 함정인 줄 어찌 알았으리오?

영성이 스스로 영성이라고 안 해요.

이것이 일체 모든 잡다한 어지러움을 소멸하는 깨달음의 본체였었

구나 하고 여기 들어앉으면 다시 나오지를 못 해요.

마른 나무에 꽃을 피울 수가 없어요.

이 영성은 그 안에서 죽을 쑤건 밥을 하건,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따라 마음대로 응현해 주면서도 전혀 상관 안 해요.

용과 뱀이 전부다 평등하게 갈무리 되어 있어요.

한량없는 마음을 한량없게 쓰는 거나, 쥐꼬리만큼 쓰는 거나,

하나도 허물이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