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시비에 걸려들 때가 있죠? 억울한 소리 듣고, 나 잘못한 거 하나도

없는데, 모함을 받는다든가 남의 입에 오르내리면 속상하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비에 걸려들면 그건 내가 수행을 안 하는

거요. 모든 법의 성품이 비었다고 말하면서도, 옳고 그른 걸 계속

추켜들고, 나는 항상 옳은 쪽에 처하겠다 한다면, 공부 안 하고 있

는 거요.

하늘은 무슨 구름이 있건 자취가 없소. 구름이 없는 거 좋고, 구름

있으면 싫고 그러는 하늘은 없소. 새털구름은 좋고 먹구름은 싫고

그러고 있는 동안은 수행자도 아니오.

도저히 못 봐 넘기겠는 그런 것마저, 마땅하고 마땅치 않은 양변에

서 내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면 통이 큰 사람이오.

마음이 경계를 보고 분별 안 하면, 그게 마음을 가장 잘 조복하는

거요. 그렇다고 분별 안 하려고 뻐퉁거리면 그게 바로 분별이오.

분별이 일어난 거 싫어, 분별 없는 거 좋아, 그게 또 하나의 ‘경계’

요.

마음이 경계를 대해 움직일 때, 마치 맑은 거울이 비춤 없이 비추

듯이, 분별함 없이 분별하는, 그것이 마음공부요!

모든 중생들의 분별이 지금 분별인 채로 분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는 것, 그것이 ‘바른 지혜의 무분별’이오.

분별 있음과 분별 없음이 전혀 충돌 갈등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허공 같은 마음은, 생각이 어떻게 구르건 간에 보태고 덜고 조작할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항상 ‘선정’이오. 선은 유위행을 통해서

‘도달’하는 경지가 아니오. 안목이 밝아지면 있는 그대로 선이오.

생각 생각에 앎이 없고, 생각 생각에 머묾이 없으니 그냥 비출 뿐

이오. 비춤 없는 비춤, 이게 본래 마음을 되찾아 가져 쓰는 유일한

길이오.

요만큼이라도 사사로움이 끼어들어가지고, 내가 안 보고, 내가

안 듣겠다 하고 있는 동안은, 아직도 흙탕물을 젓고 있는 거요.

의식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소. 그러면서도 그물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하고 있소.

신령한 앎은, 알기는 아는데 아는 놈이 없고 아는 바도 없이

저절로 환히 알아요. 이 말은, 알아들어도 틀리고 못 알아들어도

틀려요. 신령스런 앎은, 알고 모름의 포섭이 아니오.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이 빈 줄 알아, 그저 인연 따라 자재

하게 굴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