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마음 바깥에는 법이 없소. 마음이 그대로 법이오. 제가 제 마음 보

는 거요. 참된 수행자에 의해서 제대로 불법이 참구되면, 불법이

마침내 불법 자체를 넘어서요. 불법이라고 할 만한 불법이 없소.

법의 본래법은, 법도 없고, 법 아닌 것도 없고. 본래 한 법인데 어

떻게 법 있니 법 없니 그런 논의를 하겠소?

불법, 참된 법은 전혀 의식으로 헤아릴 수 없소. 깨달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소. 생각으로 의논할 수 없으니 불가사의(不可思議)요.

‘마음 밝혀서 일을 끝내라.’ 마음 밝히면 이 세상사가 몽땅 끝나오.

천태만상 모든 차별법이 시간도 노력도 들이지 않고 한 찰나에 전

부 다 안돈되오.

여러분은 한 순간도 본향을 떠난 적이 없소. 그 허공 같은 마음을

등졌기 때문에 나그네 신세가 되었던 것뿐이오. 한순간 깨달으면

본래 그 자리가 그 자리요.

옛 습관 때문에 무엇이 마땅하고 마땅치 않게 보이지만 상관할 것

없소. 거울이 온갖 이런 것 저런 것 다 여의고 있지만 또 모두를

비춤 없이 비추듯이, 우리 마음의 본래 상태인 작용 없는 작용으

로 돌아가면 무념의 정혜력(無念定慧力)으로 비추게 되오. 그렇다

고 고요함에 빠져서 정체되는 일은 없소.

한마음은 팔딱팔딱 움직이는 거요. 거울의 비추는 성품은 잠들지

않소. 항상 맑아, 고요하지도 시끄럽지도 않기 때문에, 고요한 모습

도 시끄러운 모습도 나투되 마치 빈 골짜기가 음성에 의해서 메아

리를 내듯이 그렇게 내고 있소.

좋다 나쁘다 하는 모든 생각은 맑은 거울에 나타난 빈 그림자이니

실체가 없소. 장애받는 모습도 나투고, 초연히 벗어나 만법 밖에서

소요하는 모습도 나투지만, 근본을 밝힌 사람은 그것이 모두 그림

자임을 잊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