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는 부처상이 있어서 거기 맞추려고 하

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 소리죠? 부처를 높이 매달아 놓고 합쳐

야 되겠는데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다 그거죠?

그러나 지금 그렇게 묻고 있는 그대가 곧 부처라면, ‘어떻게 해야

될 일’이 뭐가 있겠소? 부처니 신이니 하는 그런 모든 생각을 털

어버리시오. 그 어떻게 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는 그 생각이 어디

서 오는가를 알아보시오.

하얀 종이의 까만 점이 뭐라고 하는 것 아니오. 이 세상 삼라만상

허깨비들이 뭐라 하는 것 아니오. 중생이 저마다의 업으로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보고 있는 거요.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모든 알음알이가 성품 위에 나타난 그림자

인 줄 모르고 실체로 인정했기 때문에, 내 뜻에 ‘마땅하고 마땅치

않고’가 하늘과 땅만큼 벌어지는 거요. 이것을 걱정하지 말고, 허

공과 허공을 하나로 합치려고 애쓰지 말고, 문득 근원으로 돌아가

시오.

경전에서 읽은 것으로 생사문제 해결하겠다고 하면 점점 더 꼬일

수밖에 없소. 우주 전체를 언어화하고 개념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오. 성인의 진정한 말씀을 중생들은 들을 수가 없소.

성인은 말이 없소. 법성에 비추어보건대 종일 하루 말해도 말함이

없소.

끝을 걱정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 대지 말고 근원으로 돌아가시오.

본래 마음은 생사니 열반이니 하는 그런 대립개념이 싹도 트기 이

전이오. 차다고 알고 뜨겁다고 알고, 이미 환히 아는 신령한 성품,

영성은 이미 구족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