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허공이 묻고 허공이 대답하는 거요. 그 생각의 내용이 옳건 그르건

따질 것 없이 생각은 끝끝내 흙탕물이오. 여러분 바깥에서 법을 설

하는 자가 있고, 여기 안에 있는 내가 그 법을 듣고 분별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안다는 그런 구조는 전혀 환상이오. 이 세상에 본래

자타피차 안팎이란 것은 없소. 모든 개별적인 존재, 개별적인 사건

들은 전부 환상이오.

신령스러운 광명이 드러나야 비로소 참 삶이 뭔가 알게 되오. 지금

왔다 갔다 하는 그거는 송장, 환화공신이오. 참사람은 까딱도 안 하

오.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모든 것 다 하오.

알아야 할 법도, 알지 말아야 할 법도 없고, 모두가 다 내 한 찰나

한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법을 설함과 법을 들음이 몽땅 한마음 가운데를 여의지 않소.

말 가운데서 묘한 이치를 걷어잡아 자기 지견으로 삼으면 성인의

뜻을 알 수가 없소. 선지식은 선생이 아니오. 죽고 사는 건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하오. 선지식은 의증을 해소해주는 사람이 아니오.

의증이 본래 없소. 티끌만한 한 법도 짝할 게 없소.

참 깨달음은 학인에 의해 증득되는 것 아니오. 여러분이 이미 그

자리에 있소. 생사를 여읠 길도 없고, 구경각에 깨달아 들어갈 길

도 없소. 도무지 어떻게도 손을 써볼 길이 없으니, 물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