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업을 지을 때,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는 도리 아는 사람은, 시절

과 인연 따라 업(業)도 짓고, 보(報)도 받지만, 업의 성품이 빈 줄

알기에 전혀 자취가 없소. 시작도 끝도 없고, 깨달은 자도 깨달은

바도 없는, 없다는 것도 없는, 그래서 홀연히 전체가 참된 하나로

돌아갔을 때, 그때 그걸 구경이라고 하오. 구경이라는 말도 중생을

위해 하는 말이지 본래 시작도 끝도 없소.

본래 마음은 알고 모르고와 상관없소. 인연 따라, 안다고 비추고,

모른다고 비출 뿐이오. 그런데 앎의 주체를 ‘나’로 세우는 사람은,

알면 좋고, 모르면 못 견디고 그렇소.

낱낱의 법이 물리적 실체가 아니오. 왜 범부인가? 전부 낱낱이

따로따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기 때문에 범부요. 그래서 사사건건

걸려요. 너는 왜 이래? 이러지 않고? 모든 물결 호루라기 불어서

똑같은 크기 모양 되게 하려고 할 필요 없소. 있는 그대로 참이오.

꿈속에 나타난 것은 전부 마음뿐인데, 꿈꾸고 있을 때는, 꿈속의

모든 것이 전부 각기 다른 것으로 보이죠?

꿈꾸면 안 된다 그런 얘기 하는 거 아니오. 꿈이 빈 줄 알면 종일

꿈 꿔도 괜찮소. 자취가 없소.

본래 마음은 신령스런 지혜 광명이오. 그냥 환히 비춰요. 그런데

그 지혜광명이 이 가죽주머니 속에 들어가면 전부 나 중심으로

맺혀버려요. 고요하고 맑고 깨끗한 것만 비추려고 하는 거울은 없

소. 만법이 성품 없는 도리 알게 되면 이것저것 가릴 거 뭐 있소?

그냥 비추면 되지? 본래 마음은 지금 있는 그대로 평등하오. 허공

과 허공이 서로 어깨를 겨룰 일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