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인연에 맡기지 않고서는 그렇게 질문을 할 수도 없소. 인연 따라

질문을 하지만, 짓는 자도 짓는 바도 없소. 모든 결과는 원인에서

나오죠? 그 원인 또한 다른 결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 원인조

차 스스로는 존재하지 않소. 원인이 스스로도 존재하지 못하거늘

어찌 인(因)이 과(果)를 낸다 할 수 있겠소?

빈 인연이 있을 뿐, 만법이 자체의 성품이 없소. 모든 것이 허공성

이라, 안팎이 텅 트여서 물통 밑창이 뚫린 것처럼 아무 일 없소.

생겨난 것이 없으므로 끝낼 것도 없소. 여러분의 마음은 허공 같

아서, 깨달아도 늘지 않고, 미혹해도 줄지 않고, 늘 그대로요.

비로소 성품 보니, 이제까지 헛짓했네, 그러면 쉬는 거요.

모든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채로 일어나는 게 아니오. 여러분이

안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건, 본래 일어나는 일도 없으니, 어디에다

해법을 걸어 놓겠소? 단지 옛날의 쓰잘 것 없는 묵은 기억만이 여

러분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오.

그 생각이나 개념의 그물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요 끝

이오. 그것은 남이 어떻게도 도울 수가 없소.

문제라는 것은 중생이 어리석어 스스로 지어 생긴 거요. 마음 밝

히게 되면 아무 일 없소. 알면 아는 채로, 잊어버리면 잊어버린 채

로 모든 게 둘째자리요. 관여할 아무 것도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