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범부가 됐건 부처가 됐건 이름이 있는 것은 환상이오. 지금 이만

큼 와서 뭔가에서 벗어난다 여읜다 하는 말, 조심해야 하오. 모든

법이 지금 있는 그대로 참인 것 같으면, 집착해야 할 법도 없지만

벗어나야 할 법도 없소.

초심자들은 일단 모든 선악 시비 대립 개념을 날려버리는 산괴풍

을 갖추어야 하지만, 일체를 소멸해 버린 그 자리에 가서 무애자

재함을 얻어 기세등등해진다면 이승으로 떨어지게 될 뿐이오.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는 것 아니오. 내 마음속의 속박과 해탈이

전부 쓸데없는 소리라는 걸 밝히는 것이 참된 해탈이오.

환(幻)인 줄 알면 여읜 거요.

‘이해하는 자리’에서 밝히는 것이, ‘앎이 없는 곳’에서 그냥 보는

것만 못하오.

미혹도 머물러 둘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열린 마음은, 만물을 있는

그대로 비출 수 있소.

생각 생각은 ‘본래마음’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소. 본래마음은

성품도 없고 작용도 없소. 그러니 본래마음에 의지해서 나온 생각

생각이 어떻게 성품이 있고 모습이 있고 작용이 있겠소?

물이 정한 성품도 모양도 없으면, 그 물에 의지해 난 물결도 정한

성품이 없는 거요. 바다는 오늘도 종일 하루 출렁거리지만 아무 일

없소. 성품 밝히게 되면 아무 일 없소. 생각 생각이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본분의 일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소.

본래마음은 성품도 작용도 없으니, 이 청정한 본래마음에 의지해

나타난 모든 산하대지 삼라만상은 청정하오. 그림자가 맑은 물에

비췄을 때하고, 구정물에 비췄을 때하고, 그림자가 깨끗해졌다 물

들어졌다 하는 것 아니지 않소? 드러난 겉모양에 속지 마시오. 깨

끗하게 보이건 더럽게 보이건 전부 제 마음으로 지은 것임을 알아

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