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밝음과 어둠이 엇바뀌면서 상생한 지 오래 되었는데, 정수리 뒤에

서 신령스런 광명이 뻗치는 줄 어찌 알았으리오? 이 몸은 환화공

신이오. 이 육신을 관찰의 주체인 줄 알고, 제가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통제한다고 여기는 그거는 해골바가지 앞의 소식이오.

태양 광선이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 온갖 색이 나타나듯이, 하나의

신령한 영성이 다만 육신의 인연에 감응해서 밝고 어두운 온갖 모

양으로 나타나고 있소. 지각작용의 중심 주체를 ‘나’로 세우는 것

이 미혹의 근본이오. 그 ‘나’가 모든 차별법을 지어내고 있소.

물이 물결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인연 따라 물결의 모양을 띌

뿐이듯이, 광명이 어떤 주체가 되어 바깥 경계를 내는 것이 아니

고, 인연 따라 경계가 나타나 보이게 비추지만 사실은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소. 신령스러운 광명이라고 이름 짓지만, 광명도 영성

에 의해서 나투어진 바요.

한 생각 일어나기 이전 근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 한 생각이

또 능히 일체 만법을 지어내고 있소.

마음 달이 외롭게 둥글어서 그 광명이 만상을 머금었는데, 광명이

경계를 비추는 것도 아니고, 그 경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무슨 문제를 풀려고 하오? 여러분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슨 문제겠소? 감기에서부터 생사경계를 헤매는 사람에 이르기까

지. 광명과 경계가 몽땅 다 없어지면 이무꼬? 또 광명과 경계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무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