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일반적으로 정진이라 하면, 우선 수행의 주체인 ‘내’가, 아주 열심

히 한눈팔지 않고, 구도자로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최후의 목

표나 목적을 향해서 최선을 다하는 걸 말하지만, 진정한 정진은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소. 모든 사람들이 수행 정진을 해서 참

되고 여여한 것을 증득하고자 하는데, 그 말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오.

크게 깨닫는다 하면, 깨닫기 전과 깨달은 후가 어때요? 달라도 엄

청 달라야죠? 그런데 그 사람이 속마음으로 구하는 거는, ‘항상 변

하지 않고 달라지지 않는 참된 것’ 아니오? 진정한 의미의 정진에

는 전후(前後)가 없소.

수행의 주체인 내가 미혹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게 아니고, 직현심

성종(直顯心性宗)이라, 마음 밝히고 성품 보라고 했소. 선종은 심성

을 밝히는 거요. 심성을 곧바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직접 드러내라’ 한 거요.

심성을 곧장 드러내는 데는 길이 없소. 왜냐하면 지금 이미 환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오. 환히 드러나 있는데 이 심성을 등지고

한 생각 일어나면 여기 비친 그림자 속으로 뛰어 들어가 이름을

짓고 뜻을 한정지어 심상(心相)에 미혹하게 되는 거요.

지금 환히 드러나 있는 이걸 드러내기 위해서는 손을 쓸 여지가

없소. 그림자로 성품을 걷어잡을 수는 없소. 심성은 늘 아무 일

없는데, 드러난 모양만 아우성치고 있는 거요.

그 모든 것 고스란히 지금 있는 그대로 둔 채로, 그 모든 것이

마음의 거울에 비친 업의 그림자일 뿐이라 성품이 없어서 스스로

평등하니 그 가운데 득실을 논할 것이 없음을 본다면, 허공에 획

이 있건 없건 상관할 일이 뭐겠소? 유위도 무위도 아니오. 사람이

부리를 댈 여지가 전혀 없는 거요. 이걸 드러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