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이 성품이 없음을 구명하시오. 그것을 밝히고 나서도 끊임없이

점검받아야 하오. “꽃병을 깨뜨리고 난 다음에도 깨달을 수가 없는

데, 그는 이미 건곤을 삼켰더라.” 상식과 지식의 퇴적물을 다 부숴

버려서 만법의 성품 없는 자리에 닿았다 해도 중간정착지일 뿐, 근

원으로 회향을 못 했소. 그런데 어느 날 근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문득 쉬었더니, ‘그는 원래 하늘 땅을 삼켰더라.’ ‘하늘 땅이

전부 내 한 찰나 한 생각에 매었더라.’

있고 없음을 떠나, 의지함도 머무름도 없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하

오. 미혹함을 모면하기 위해 조작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다만 있는

그대로 그냥 보시오. 만법의 성품 없음을 깨달을 때야 비로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오.

‘그냥 보라’는 건 엄청난 거요. 세상을 통째로 삼키는 거요.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한 성품이고, 한 성품이라 평등하다는 것을 보게 된

사람만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소.

오직 내가 ‘깨는’ 거요. 깊은 선정 속에서 그 마음이 항상 깨어있는

사람만이 그 마음을 조작 없이 그냥 볼 수 있소. 그게 신령스러운

광명이오. 인간이 끼어들어 보태고 덜고 조작하는 게 아니오.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 아닌, 밝게 깨어있는 마음. 지금 앉아있는

그 자리가 곧 그 자리요. 모든 성인 범부 외도가 다 그 자리, 같은

뿌리요. 모든 모습은 그림자요.

거울 속 그림자에게는 ‘문제’가 안 생기오. 전부 그림자이기 때문에,

본래 성품이 없기 때문에 그렇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