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제 본래 몸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부처를 자꾸 밖에서 구하고,

법에 의지하고 부처에 의지하려고 하는 거요. 여러분 마음의 근본

이 부처고, 근본이 법이오. 바깥에서 새로 구하고 얻고 의지해서

여러분이 깨달아 들어가는 것 아니오. 지금 현재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 있으면서 제가 모르는 거요. 말씀이나 경전에 의지하는 것

은 아직도 도중에 있는 거요. 끝끝내는 초목와력이 그대들을 일깨

워주는 것이라야 참된 법문이라 했소.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은 전

부 제가 제 마음을 보는 것이오. 천인나락 매달렸던 밧줄 스스로

놓고 스스로 목숨을 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진실을 알 수 있소.

지금 여러분이 나라고 알고 있는 것은 나가 아니오. 생각만으로 그

러는 거요. 나라는 중심이 없으면 생각이 아무리 흘러도 자취가 없

소. 이 견문에 즉해서 견문이 아니오.

진리(승의제,一)로 보면 일체 모든 현상이 현상이 아니오. 진성은

성품이 없기에, 다만 온갖 현상(속제, 세속이치,二)을 펼치려면 펼

치고 거두려면 거두게 각자 마음에 맡기고 있소.

“나 이제 여기서 말함이 없고 그대 역시 들음이 없느니라.

그것이 ‘하나와 둘의 이치’니라.”

종일 하루 말이 가득해도, ‘하나와 둘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천

지간에 걸릴 것 없소. 만법의 성품 없는 이치 알게 되면 모든 게

녹아나오. 마음에 능소(주관과 객관)의 자취가 다해, 견문이 견문이

아니고 몽땅 아무 일 없음을 깨달아 마친다면, 체와 용을 나누건

나누지 않건, 무슨 상관이 있으리오?

체(體)도 용(用)도, 이(理)도 사(事)도, 모두 방편으로 어쩔 수 없어

서 얘기한 것임을 알아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