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현재 환히 아는 이 ‘성품’, 앎의 ‘성품’이 <나>요. 이 ‘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부처와 조사가 한결같이 일러주신 불법의 요체요.

부처님이 쓰셨고 나도 쓰고 있는 그 ‘성품’은 근본 바탕이 같소.

누구도 거기에서 떠난 적이 없소.

하나의 참된 성품뿐이오. 마음 밖에는 참으로 한 법도 없소. 알아

야 할 법도 몰라야 할 법도 없고, 털어내야 할 법도 집착해서 붙잡

아 보탤 법도 없고, 없다는 것도 없소.

업 따라 종일 보면서도 봄이 없고, 알면서도 앎이 없고, 생각에 즉

해서 생각이 없어서 만법을 좌단했다 해도, 은신삼매(隱身三昧),

몸을 숨길 줄 알아야 하오. 세상 몽땅 좌단하고 났더니 뭐가 남소?

‘나’, 그놈은 왜 마저 버리지 않소?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멸하는 일이 없는 이 ‘성품’에 합하면 은신삼

매요.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생각 없으면 귀신도 알아채지 못 하오.

“이미 생각이 자꾸 났으면 어떡합니까?” 기즉무기(起卽無起)요.

무생(無生). 나(生)는 게 그대로 나지 않는 거요. 찍어 누르려고 할

필요 없소. 이 자리에 들어가면 도무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일이

없소.

온 우주가 몽땅 ‘나’요. 물결이 나인 줄 알았는데 근본을 봤더니

바다 전체가 ‘나’요. 모습 있음도 모습 없음도 다 한마음에 갈무리

되니 은현(隱現)이 동시(同時)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