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일체 존재가 인연생기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모양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이어지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전혀 생겨나는 게 없소.

무생(無生)이오.

인연 따라 나는 것은 자체로 성품이 없소. 자체로 성품이 있는 것

같으면 인연에 기댈 것 없지 않겠소? 자체로 성품이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오.

오관으로 보면 있지만, 지혜의 눈으로 보면 없소. 있는데 없는 거

요. 생주이멸 하는 이대로인 채로 생주이멸이 없소. 어느 한 순간

도 이게 이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소. 있다가 사라져서 없는 게

아니고, 지금 ‘있는 이대로’ 없는 거요.

수행자가 마지막 구경에 가서도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법성의 도리,

즉 ‘만법의 성품 없음’이오. 여래라는 말은 법성을 가리키는 말이

오. 오되 옴이 없고 가되 감이 없으니 자취가 없소. 진실에 대해

어떻다고 얘기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도 없소. 모든 말은 방편이

오. 참마음은 알고 모르는 것과 상관없소. 알되 앎에 머물지 말라,

붙잡아 나의 지견으로 삼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께서 한결같이 말

씀하신 바요. 한 순간만이라도 조작 없는 마음에 맡길 수만 있다면

그게 부처와 다름없는 자리요. 있는 그대로이면 빠른데 자기중심적

인 안목으로 조작하면 더딜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