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만법이 성품이 없소. 경계가 됐건 뭐가 됐건 인연 따라 난 것은 자

체로 실체가 없기에 무생이오. 거기에 본다 보지 못한다 그런 말이

어떻게 붙겠소? 지금 여기에 누가 왜 앉아있는지 아는 사람이 없소.

그런 일이 없기 때문이오. 모든 법이 무생이오. 의미 부여하지 말고,

성품 밝히시오. 성품 밝히는 데는 길이 없소. 지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오.

진실을 깨달아 쇄쇄낙락한 경지에 닿은 사람은, 천지 삼라만상 나

너 할 것 없이 털끝만한 한 법에도 구애됨이 없소. 만법이 성품이

없다는 도리가 바로 여기에 직행할 수 있는 칼자루요. 그런데 왜

맨 날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고 있소?

만법이 무생이고 만법이 성품이 없소. 다만 인연으로 말미암아 일

어나는 견문각지를 내 것이라고 잘못 알고 나의 체험으로 삼고 있

는 것뿐이오. 보살은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이 요술로 지어낸 것 보

듯 해야 하오. 무엇을 보고 듣고 체험했건, 지난 밤 꿈처럼 마음이

변해서 나타난 것, 제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나타난 것, 짓는 바

대로 나투어진 것임을 알아야 하오. 아무리 지어도 성품은 아무 일

없소. 본래 마음자리 심성을 밝혀야 하오. 성품을 밝히지 못하고 나

름대로 깨달은 바를 심상으로 떠벌이면 전부 망상이오. 진실에 대

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드러내 보일 것이 없소. 거울은 분석도 판단

도 없이, 비춤 없이 비추고 있소. 마음속에 아무것도 마련해 간직한

게 없다면 저절로 쇄쇄낙락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