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묻는 자도 대답하는 자도 주재자가 아니오. 그래서 진성연기요. 문

답이 일어나면 이미 대기대용이 드러난 거요. 참 성품의 기본 틀이

(大機) 누리에 두루해서 미치지 않는 데가 없고, 손뼉 치면 소리가

나듯이, ‘결단(大用)’이 있을 뿐이오. 그런데 여러분은 질문을 받으

면 맞는 답을 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짜내고 있소.

맑고 깨끗한 앎의 성품은 늘었다 줄었다 밝았다 어두웠다 안 하오.

각자 두루 갖추고 있는데 그걸 모르고 밖으로 쫓아다니고 있소.

‘비추지 않게 되어야 묘함이 된다.’는 말을 듣고 또 비추지 않게 되

려고 조작하면, 의식으로 흙탕물 만드는 거요. 보살은 모든 차별법,

이중적 겹관문에 걸리지 않소. 있다 없다가 전부 빈 말이오.

여래가 스스로 안으로 증득한 심인은, 여의면 머물고, 머물면 깨진

다고 했소. 세상 혼란 생사법을 여의어서 계속 열반에 머물고자 한

다면 심인은 깨지는 거요. 허공의 말뚝이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것이 ‘꼭 이래야만 하고 이것만은 의심할 여

지없이 옳다‘ 하는 게 있으면 그건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가장 지

독한 말뚝을 박은 거요. 나와 내 것에 집착하다가 이제는 또 아무

것도 없다 하는 본체론적 집착에 사로잡힌다면 귀향 못 하오. 계속

이쪽저쪽 하고 있는 거요. 있다만 보내는 게 아니라 없다도 마저

보내야 하오. 이 세상의 모든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모양이 실로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이 세간상 상주의 참

뜻이오. 세간상이 상주하니 생멸상이 없소. 색(色)·공(空) 간에 전부

진성(眞性)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