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존재(色)에 걸려서 진실(空)을 미혹하지 마시오. 진실에 걸려 중도

를 미혹하지 마시오. 중도에 걸려 성품을 미혹하지 마시오. 마음뿐

인 도리 알게 되면 이 말들이 전부 방편으로 돌아가오. 모두를 가지

런히 껴잡는 혜안(慧眼)이 열리면 천지가 내 눈이오. 한 순간 모든

것을 다 아니, 아득한 과거와 미래, 드러나기 전이나 드러난 다음이

나, 똑같이 한 마음에 찍힌 도장이오. 여러분의 참 성품이 이미 우주

삼라만상 시간 공간적인 일체 전개를 동시에 투영하고 있소.

장애하는 것은 다만 이 몸을 나로 알고 지은 업식이오. 내가 지어서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절대로 어떤 것도 내 마음을 장애하지 못

하오.

공훈의 땅, 성인의 땅을 밟으려는 자기중심적인 바램을 다 놓으시

오. 선지식은 법을 설하는 자가 아니오. 다만 수승한 자리에 안주

하려고 하는 학인의 마음을 경책할 뿐이오.

마음에 능소가 소멸되면 우주 전체가 혜안이오. 어떤 주재자가 있

어 도모하는 것 아니고 전부 한 생각이오. 전혀 애쓰지 않아도 모두

가 완전하게 거두어지니, 하늘 거울이 모든 걸 비추듯 혜안이 밝아

지면, 티끌 하나 볼 것 없는 법안(法眼)이 동시에 열리게 되오.

그 법안으로 보는 것만이 진짜로 보는 거요. 도무지 이 세상에는

법이라고 할 법이 없소. 혜안, 법안, 불안(佛眼)도 전부 한 마음 가

운데에 있소.

그렇게 성품 보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되돌아서 쓰시오. 물결이 누

구 지시대로 춤추는 거 아니오. 뜻에 맡겨 자재하시오. 순히 인연을

따르되 나한테 유리하게 조작할 일이 없소. 유리 불리는 전부 존재

에 걸려서 나타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