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알아서 뭐하려고? 참나를 밝히게 되면, 알고 모르는 거하고 상관

없소.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하오. 그렇다고 또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 이러면, 내 눈으로 내 눈을 봤다는 셈이오.

여러분 마음의 ‘성품’이 무진장한 보배창고요. 천진난만한, 하늘이

내려주신, 전혀 인간적인 차원의 지각활동에 의해서 오염되지 않

은 그 자리에서 나온 한 생각은 본래 한량이 없소. 겨자씨 벌레

먹은 구멍 속의 허공이, 삼천대천세계를 껴잡은 허공하고 분량이

같소. 기왕에 알고 있는 지식에서부터 연역적으로 풀어내는 거는

가짜요. 그래서 “의식으로 헤아리고 더듬고 하는 걸 지금 여기서

당장 그만 두라. 면전에 한 법도 없느니라. 그대가 관여해야 할

한 법도 없느니라.“ 한 거요.

누군가 나는 깨달았다는 사람이 있거든, 깨달았더니 이렇다라 하

는 사람이 있거든, 앙산이 뭐라 그랬소? “화살촉을 입에 잔뜩 물

고 말하는 자는 상대하지 말라.“ 참으로 깨달았다면 깨달은 바를

어떻게 입 밖에 내요? 깨달은 자도 깨달은 바도 없다는 걸 깨달은

사람을 일러 깨달았다고 그러는 거요.

정법의 기회를 만나서 드러낼 바 요체는 곧장 가로질러 사사로움

없음이라. 어느 구석을 찾아봐도 나라고 할 나가 없다는 거요. 인

연화합으로 있는 환화공신, 허깨비는 지각이 없소. 힘도 없소.

이거를 나인 줄 알고 달달 볶아서 이 ‘내’가 뭔가를 알아내겠다 하

는 사람은 허깨비 훈련시키고 있는 거요. 나를 갈고 닦아서 이 ‘나’

가 높이 올라가는 게 아니고, 이 ‘나’가 본래 없다는 걸 밝히는 거

요. 허깨비는 알아도 몰라도 상관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