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세상에 생기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다는 게 불생불멸 아니오?

시종일관 아무 일 없는데 무엇이 걱정이겠소? 중생이 성품이 없는

데, 향하고 등지고 하는 일이 있겠소?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성, 무

생성, 무작성인데, 허공을 꼭 이렇게 잡아야 된다는 법이 있겠소?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가지고, 실체다 아니다 하겠소?

그래서 모든 것을 참 미묘하고 신기하게 볼지언정 사물로서 파악하

지 말라, 사물로 보면 청정한 자성 바탕을 잃어버리느니라 한 거요.

‘견문에 즉해서 견문이 아니니, 도무지 그대들에게 드러내 보일 빛

깔과 소리가 없도다.’ 욱벅직벅하는 것도, 다 쓸어버려 고요하다 하

는 것도, 자기가 지어내는 마음의 그림자일 뿐이니, 보고 듣는 가운

데 마음에 붙여두지 않으면 참된 성품은 전혀 이즈러짐이 없소.

보기는 보는데 형상을 취하지 않으니 그것을 반야의 실다운 지혜라

고하는 거요. 모름지기 현정회상 사람이라면 사물에 구애되지 마시

오. 그 무엇도 결정적인 사물로 보지 마시오.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

니오? 있기는 있는데 있는 게 아니오. 없기는 없는데 없는 게 아니오.

큰 지혜는 바보 같아서 헤아리지 않소. 본래 구족히 갖추어져 있소.

그로 하여금 항상 빛을 놓게 하니, 내 한 찰나 한 생각이 온 우주

를 냈다가 거뒀다가, 그만하면 대장부 살림살이가 족한 것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