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게 없다면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



< 답변 >

제법실상을 밝히고 봤더니 티끌만한 한 법도 보태고 덜고 할 일이

없지 않소? 그림자에 그림자를 보태거나 덜 일이 뭐 있겠소? 모두

빈이름이니 공들일 일이 없소. 수행의 주체인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를 얻기 위해 하는 일은 전부 유위행이오. 나를 기준으로 세운

관견에서 나온 행동은 전부 허망한 것이오. 전체성이 개오되고 나

면, 그런 모든 개별적인 존재들과 사건들이 전부 망상임을 알게

되오. 어떤 개별적인 사건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게 무생법인의

참뜻이오.

신령한 자취는 그 자체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모든 작용을 드러내

니, 알고 모르고 하는 지각작용은 다만 본체에 의해 비추어진 업

의 그림자일 뿐이오. 영성은 말이나 문자로 더듬을 수가 없소. 일

진성해에 들어가서 닦아야 하오. 본체를 관했더니 전부가 참이요,

심성이 상주함이니, 모든 모양은 영성에 의해 비추어진 의식의 출

렁임일 뿐이오.

알기는 아는데 그림자처럼 알고, 작용하기는 작용하는데 그림자처

럼 작용하는 것이니 그 어느 것도 실다운 것은 없소.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게 낱낱이 전부 다 아니오. 진실로 마음뿐이오. 마음

밖에 한 법도 없소. 다 쓸어버리고 나서 없는 게 아니오. 있는 그

대로 없는 거요. 보고 듣고 하는 그대로 보고 듣고 하는 게 아닌

거요. 무생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없다고 알아들으면 설상가상이

오. 지금 번성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꿰뚫어보는 거요. 그렇게 모든 게 무생인 것 같으면, 조작할 일이

없소. 거울의 비추는 성품은 비추되 비춤이 없기 때문에 항상 비

추면서도 늘 공적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