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쉬지 않습니다.

< 답변 >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이치나 도리에 맞춰서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전부 자기 자신의 필터를 통과해서 나온 진로환망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그물을 뒤집어 쓰고 보려고 하면 잘 보이겠소? 이걸 걷어내는 데는

자기 존재의 입지 자체가 허물어지는 송장이 될 각오가 있어야 하오. 생

각은 전부 거짓이오. 망념을 좇기 때문이오. 망념은 뭔가? 관찰자도 관찰

대상도 실체가 없는데, 나를 관찰의 주체로 삼고, 내가 보는 대상을 실제

객관 경계라고 여기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망념이오.

참된 관찰은, 환히 다 알지만, 자기중심적 사고나 내가 옳다는 믿음에 의

해 제약을 받지 않는, 허공 같은 마음이오. 묵은 기억으로써 생각하고 스

승에게서 배운 바라고 하면서 그것을 따르는 거는 망념이오. 제한된 의식

으로 굴리는 것은 전부 허망한 것이오.

근본은 항상 적멸하오. 진실에 대해 망령된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있으리오? 본바탕을 등지지 않고, 시끄럽건 고요하건 깨달았건 깨

닫지 않았건 전부 빈말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꿰뚫어 마친 사람을 깨달은

사람이라고 하는 거요. 모든 이름, 모든 뜻, 모든 형체 있는 것은 전부

환상이오.

하나의 여여한 법계에서 중생이 헛되이 생멸상을 보고 거래상을 봄으로

해서 뒤집어쓴 게 진로환망이오. 이 사실을 알고 성품 밝히고 나면 티끌

경계라는 생각이 영원히 소멸되는 거요. 그게 해탈이오. 소멸된다고 하는

거는, 없어져서 없는 게 아니고, 지금 있는 그대로 없는 거요. 모든 차별

법은 환상이오. 그걸 또 없애버리려고 달려들면 똑같은 사람이오. 허공은

일찍이 획을 받아들인 적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