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마음이 자꾸 저절로 일어납니다.

<답변>

만법이 무생이오. 마음이 마음이 아니고, 물건이 물건이 아니고, 모든 법

은 이름도 뜻도 성품도 없소. 사람이 마음과 물건을 갈라놓은 거요. 여

러분의 본래 성품은 허공 같소. 법성의 도리에 비추어 보면 모든 법의

성품은 허공성이요. 여러분이 모든 걸 실체로 사물로 보는 집착을 떼어

주기 위해서 허공성이라고 말하는 거요. 허공성이라는 말도 짊어지고 다

니지 마시오. 지금 있는 그대로 아무 일 없소. 그게 뭐건 조작할 일이 없

소. 사람이 이름을 짓고 뜻을 지어서, 이런 일 저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지는 거요. 그 ‘반응’이 정당한 반응인가 왜곡된 반

응인가는 따질 필요가 없소. 반응행위 그 자체가, 헛것이 헛것을 보고,

헛소리 하는 거요. 면전에는 한 법도 없소.

보이고 들리는 거는 전부 제 마음이 변해서 나타난 거요. 마음이 마음을

보는 거요. 이 말을 제대로 알아들으면 지금 여기서 당장 쉬어요. 지금

있는 이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바로 부처요. 모습 있음과 모습

없음이 둘 다 빈 소리요. 어쩔 수 없어서 지금 방편으로 얘기하는 거요.

그 방편으로 한 말을 진리의 말씀이라고 짊어지고 다니면 구처 없소. 그

래서 뭔가 이해하는 자리에서 또렷또렷하게 아는 것이, 모르는 자리에서

그냥 보는 것만 못하다 한 거요. ‘참앎’은 여러분이 알 때에도 앎이 아니

오. 모를 때도 모름이 아니오. 그 본래 성품을 밝히라는 얘기요.

진정한 이해는, 자신이 이해한 그 내용조차도 넘어서는 거요. 만법이 무생

(無生)이고 나는(生) 일이 없다고, 인연 따라 나는 거는 나는 게 아니라고

깨달았다면, 모든 법이 남(生)이 없다는 그 이치도 남(生)이 없는 거요.

어렵다 쉽다, 편안하고 편안치 않다, 그 양변에 걸려들어 취하고 버리고

하는 건 전부 의식이오. 깨끗하고 더러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은 성품이 여러분의 본래 마음이오. 있는 그대로 그냥 보는 것은

참으로 만법을 꿰뚫은 사람한테만 주어지는 법락(法樂)이오. 세속이 와글

와글 해도 그 마음은 미동도 안 해요. 까딱도 안 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

서 애쓰면 틀려요. 알면 틀려요. 모르면 더 틀려요. 살아도 죽어도 틀려요.

있어도 없어도 틀려요. 말로 표현할 재간이 없어요. 알음알이 가지고 더

듬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목숨 뿌리까지 거둬서 근원으로 돌아가라 하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