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금 살아 있는 상태하고 목숨이 다한 상태하고 어떻게

다르오? 지금 그 질문을 하게 한 그 자리가 ‘참나’요.

육신은 인연 따라 생멸하는 허깨비요. 참된 거는 목숨

과 함께 하지도 않고 생멸하지도 않소. 목숨이라는 거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가 목숨이지 않소? 그런 거는

없소. 중생이 환상으로 지은 게 목숨이오. 실체가 아닌

거를 실체로 오인했기 때문에 시작이 있고 끝이 있소.

모든 게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니, 짓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소. 살아가는 자가 없소. 죽어가는 자도

없고. 그런데 아무개가 죽어서 온통 난리요. 살아있는

게 살아있는 게 아니요. 죽는 게 죽는 게 아니고.

일체 존재가 전부 다 허공꽃이요. 어떤 경우라도 세속

법에 휘말려 들어가면 가망 없소. 육신을 나로 알고,

살지 못하게 될까봐 벌벌 떠는 거는 구도자가 아니요.

찰나 동안에도 생멸을 인정하지 않는다 했소. 죽는다

산다 하는 건 환상이오. 그게 환상일 뿐인 줄 알면

바로 생사문제 해결하는 거요. 일체 만법이 자체로

성품이 없다는 걸 구명하는 것이 그 외길이오. 모든

말은 빈말이오. 삶과 죽음이 전부 빈말이면, ‘목숨과

함께 하지 않는다’ 하는 건 자명하지 않소?

이 몸과 마음과 목숨과 이 세계와 그 모든 걸 껴잡고

있는 허공까지도 몽땅 중생의 범정에 의해서 생겨난,

허망한 마음속의 그림자일 뿐이오.

그 모든 게 전부 다하고, 다했다는 것도 다하면,

그와 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까? 누구와 더불어 그와

같은 사실을 의논할까?

행여라도 나한테서 그런 말 들었다고 말하지 마시오.

허망한 망령된 생각에 의해서 맺혀버린 게 ‘나’요. 지혜

의 힘으로 깊이 깨달아 살폈더니 ‘나’라고 할 ‘나’가 도

무지 없음이 확연하지 않소? 모든 지각 활동의 성품인

이 ‘참나’는 생멸이 없고, 목숨과도 함께하지 않소.

다만 중생이 허망한 꿈같고 환(幻) 같은 형상 가운데서

생멸을 보고 가고 옴을 보기 때문에 목숨이란 게 생긴

거요. 모든 지각 활동의 ‘성품’이 참나요.

지각 활동이 꾸며내는 그 끝을 보지 말고 근원을 보

시오. 그 ‘참나’를 알게 되면, 글자 하나 몰라도,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 부처요.

여러분이 지금 그 자리에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