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지각활동의 성품을 밝히는 것이 이 공부의 요체요. 이것은 물결과

물의 관계와 같아서 지각활동은 인연 따라 출렁거리지만 성품은 물

과 같아서 스스로 정한 성질도 없고 모양과 작용도 없소. 따라서 물

은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맡길 뿐이오. 인연에 맡긴다 소리요. 인연

에 꼭 의지해야만 나는 거라면 실체가 없는 그림자나 메아리 같은

거요. 원 성품 자체가 청정하면 그 원 성품에 의지하여 나는 것은

청정하오. 가장 망령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도 청정한 거요.

지각활동의 성품이 ‘나’요. 지금 여러분이 ‘나’라고 여기는 것은 게

을러서 편안한 것만 좋아하는 ‘나’, 남보다 좋은 것을 탐하는 ‘나’,

남보다 밑지기 싫어하는 ‘나’요. 그렇게 뭔가 보고, 듣고 궁리하는

‘나’는 지각활동으로 빚어낸 거요. 아무리 희한하게 빚어내도 성품은

까딱도 안 한다 소리요. 그게 ‘나’요. 본래 ‘나’는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멸 안 하오. 심지어는 못난 짓을 해도 못난 짓 하게 그냥 놔 둘 뿐

이오. 그 본래 ‘나’는 그게 못난 짓인지, 잘난 짓인지 모르기 때문이

오.

성품은 스스로 본래 만법 밖에 벗어나 있소. 가령 성품은 미혹도 깨

달음도 모르오. 단지 이 육신이 ‘나’라고 아는 사람만 두 가지를 구분

할 뿐이오. 번뇌도 해탈도, 생사도 열반도 모두 마찬가지요. · · · ·

· · 세상이 세상이 아니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오. 꿈 속 같은 거요.

모든 시간, 공간 속 일체의 차별상은 지각활동에 의해서 빚어진 거

요.성품은 본래 만법을 여의고 있어서 텅 트인 허공에 숱한 획을 그

어 차별상을 만들어 낸 거요. 그게 이 세상이고 삼라만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