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생각은 한 생각인데 생각에 의해 비추어진 그림자 가운데 하나를 붙

잡아 ‘나’로 삼은 거요. 움직이는 마음, 움직이는 몸을 붙잡아 ‘나’로

삼은 거요. 거기서부터 사단이 벌어진 거요. 본래 마음에는 ‘나’니

‘너’니 하는 구분 자체가 본래 없소. 어린 아기의 마음에는 ‘나’라 커

니, ‘나’ 아니라 커니 하는 그런 거 없소. 본래 없었던 ‘나’를 세움으

로써 ‘나’ 중심으로 모든 게 얽혀버렸소. 모든 의식이 맺혀버린 게

‘나’고, 생각이 엉켜버린 게 세계요. 그렇다면 ‘나’도, 내가 의지해 사

는 이 세계도 몽땅 생각이 맺혀 생겨난 거요. ‘나’라는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분별하는 거요. ‘나’가 있으면 잣대가 생길 수밖에 없소. 어떻

게 하는 게 ‘나’한테 유리할 건가, 불리할 건가.

중생이 중생의 탈을 못 벗는 이유는 ‘나’도 없고 내가 상대하는 모든

티끌 경계도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요. 실체가

있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그걸 못 하는 거요. 하지만 그 틀

은 자기가 만든 거요. 안으로 ‘나’도 없고, 바깥으로 상대할 만한 경계

도 없는 건데 안으로 ‘나’를 세움으로 해서 ‘너’가 생기고 ‘너’가 생김

으로 해서 ‘나’가 생긴 거요. 이런 식으로 참된 하나를 둘로 나눠 놓고

마음과 경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거요.

시끄럽고 어지러운 발단은 전부 내가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로 지어

서 집착하는 바람에 생긴

거요. 그럼 뭐든지 집착만 여의면 되오. 이 말을 듣고 또 집착 없음에

매달린 다면 그건 새로운 집착이오. 중생이 걸려드는 게 여기서 걸려

드는 거요. 집착하지 말라면 집착하지 말라는 줄로만 알고 집착 없는

데에 들러붙소. 그러면서 그게 한 단계 높은 집착이라는 사실을 모르

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