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음, 양간에 우리는 하나를 등지고 산거요. 그런데 여기서도 하나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여럿을 등지게 되오. 하나와 여럿이 전부 한마

음에 비친 그림자요. 어느 게 옳고 어느 게 그르고 하는 소리가 아

니고 모든 게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듯이 보이는 개체화가 병이오.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이 제가 지은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요. 어머니 배 밖에 나온 이후로 계속 그렇게 살았기 때문

에 산하대지 삼라만상이 다 개별적으로 떨어져 존재한다고 여기게

된 거요. ‘내’가 병에 걸렸으면 병에 걸린 자와 병이 둘이 되는 거요.

병 걸린 자와 병이 둘이 아니라면 병 걸린 자도 병도 없다는 뜻이오.

둘로 분별해야 이름이 생기는 거요. 능소가 나뉨으로 해서 혼란이

가중된 거요. 능소, 주체와 객체 그게 뭐든 간에 참된 하나가 분별되

어 생겨난 거요. 낱낱으로는 뜻도 모습도 성품도 없소.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은 전부 인간 두뇌의 산물이오. 거기서 좀 자유로워 져

야 되는데 여전히 거기서 자맥질을 대고 있소.

보고 듣는 것이 전부 제 마음에 비친 그림자요. 그게 능, 소로 갈려서

‘내’가 그것을 보는 걸로 아오. 보는 자도 보이는 것도 전부 참 마음

에 비친 그림자요. 그렇다면 보는 자도 보이는 것도 낱낱으로는 실체

가 없는 거요. 꿈속에서 김가와 이가가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사실은 그 자들이 그러는 게 아니라 전부 ‘내’가 지어서 ‘내’가

그렇게 여기는 거요. 옛날부터 도적을 자식으로 고이고 섬기는 버릇

때문에 마음을 거둘 수가 없소. 마음이 늘 밖을 향해서 내닫고, 보고

듣는 가운데 이렇다고 짓고 저렇다고 지어놓고는 그것을 실체로 알고

코 꿰어 제가 뒤집어쓰고 꼼짝 못 하는 거요. 다시 말하지만 마음 밖

에는 한 법도 없소. 몽땅 마음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