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몸은 지각이 없소. 그럼에도 미세한 느낌이 나타날 때, 사람들은

그 느낌에 대응하오, 그게 무생인줄 모르고. 아픈 자가 아프고, 거

북한 자가 거북하고, 죄다 그런 식이오. 가려울 때 거길 벅벅 긁으면

그게 대응이고 대처요. 하지만 엄격한 선정에 들어가는 마당에서는

일체의 반응, 대처가 용납이 안 되오. 마음뿐이오. 여러분의 마음은

의식을 말하지요? · · · · · · 아니오. 의식은 마음이 아니오. 마음이

경계를 상대로 거기에다 이름을 짓고 뜻을 짓고 해서 좋다 나쁘다를

정해 취하고 버리는 그게 의식이오. 참 마음은 그냥 비출 뿐이오. 좋

다 나쁘다, 마땅하다 마땅치 않다 그런 거 없소. 없다는 것도 없소.

여러분도 타심통이니 천리안이니 하는 소위 초능력을 다 갖고 있소.

하지만 거기에 상식이라는 먼지가 뽀얗게 뒤덮고 있는 거요. 이거는

산이고 저거는 물이고, 이거는 ‘나’고, 저거는 ‘너’고. 거울을 들여다

보시오.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지요? 거울 자체의 고유한 성품이 없

기 때문에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지금 비추는 거요. 여러분의 마음도

거울처럼 그렇게 맑소. 여러분이 어머니 배 밖에 나왔을 때는 여러분

도 그랬소. 그런데 어떻게 지금처럼 됐는가? 알아 버렸기 때문이오.

저걸 꽃이라고, 산이라고, 물이라고 알아 버렸기 때문이오.

중생의 마음은 아주 맑은 거울 같소. 그게 지금 알음알이로 꽉 차 있

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못 비추오. 뒤틀려있고 왜곡 돼 있소. 그게 맞

았다 틀렸다가 아니오. 본래 마음에는 법도 없고, 법 아닌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들이 제멋대로 얼기설기 자기 입장에 따라 얽어

놓은 것뿐이오. 그 본래 마음을 밝혀야 하오. 여태까지 의식을 갖고

켜켜로 알음알이를 쌓았던, 그 알음알이 속에서 자꾸 묵은 살림살이

를 꺼내어 흔드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