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영산회상에서 부처가 설파한 게 정종문인데 정종문은 이 세상에 사람

이 없소. 한 물건도 없고 없다는 것도 없소. 정종문에 대해서 뭐라뭐

라 왈가왈부하면 그건 정종문이 아니고 정종문에 대한 변죽을 울리는

것뿐이오. 따라서 정종문에 대해 뭐라 설명을 하면 정종문에 대해서

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오. 성문, 연각, 보살까지 그렇소. 선불장 소

리가 나온 지금 여러분은 곧장 부처의 과보를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얻는 거요. 그걸 저쪽에서는 부처라 하고, 이쪽에서는 깨달음이

라 하오. 여러분은 이미 그 자리에 있는 거요. 그걸 어찌 새로 얻을 수

있겠소?

그러니 밖으로 더듬고 찾지 말고 ‘네’ 안의 보배, 본 성품을 밝히라 소

리를 하는 거요. 본 성품을 보라 하면 우리가 아는 것은 눈으로 두리

번거리고 찾는 것밖에는 모르오. 하지만 본다는 행위는 의식이 장난

치는 거요. 보는 자가 있고 보이는 바가 있어야 본다는 행위가 이루어

지오. 근본 성품 자리에는 능소가 없소. 자타, 피차, 주관 객관 이런

거 없소. 생각을 일으키면 한 놈이 또 한 놈을 보는 거요. 그걸 본다

고 하는 거요. 그러니 본다는 것은 가장 망령된 거요. 참 성품 자리

에는 이와 같이 빛깔도 없고 소리도 없소. 빛깔, 소리, 냄새, 맛 이런

거 다 없소. 없다는 것도 없소. 그러니 우리가 지금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은 다 의식이 말아내는 기억의 찌꺼기요.

저 바깥에서 빛깔이 ‘나’에게로 와서 ‘내’가 봤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알았다. 이러는 것은 전부 견문각지에 속하는 거요.

여기서 견문각지라 함은 인간이 굴릴 수 있는 지각활동이오. 지각활동

은 전부 의식이오. 참 성품은 지각활동이 아니라 그냥 비추는 거요. 여

러분의 마음의 거울도 마찬가지요. 움직임이 없소. 중생이 본래 성품

이 없소. 성품이 없다는 소리는 그런 건 실체가 없다는 소리요. 중생이

실체가 없는데 어떻게 생멸하겠소? 성품이 없다는 것은 메아리고 그림

자와 같다는 뜻이오. 중생은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소, 본래. 이

육신을 ‘나’라고 하는 순간 모두 헷갈려 버린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