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제법실상이란 말, 많이 들어 봤으리라 믿소. 법의 진실 된 모양은

한결같다는 뜻이오. 하지만 여기서 ‘법의 진실 된 모양은 한결같

다.’고 알면 그건 진실 된 모양이 아니오. 다시 말해서 예전엔 실

상을 몰랐다가 지금에 와서 실상을 알았다면 그건 실상을 안다고

말할 수 없소. 전, 후가 다르기 때문이오. 그러니 일반적인 화법

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세간에서 쓰이는 말들 가운데 비슷

한 말들을 빌려서 말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 열어 보이

려고 하는 거요.

모든 법이 끝끝내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 제법실상이요. 그

러니 어떤 뜻으로 건, 어떤 시각으로 건 이걸 이것 이라고 하건,

저걸 저것 아니라고 하건 온갖 법이 끝끝내 비어서 아무것도 없

는 게 제법실상이오. · · · · · · 여러분의 질문이 이 망령된 ‘나’

를 실유라고 보면 그게 아상이오. 중생이 중생의 탈을 벗고 이 세

속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가 주어진다면 그건 바로 만법이

성품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거요. 본인이 의식 했건 안 했건 마땅

히 이러이러해야 된다 혹은 안 된다 하는 항하수 모래 수 만큼이

나 많은 규범에 의해서 묶여있다는 사실을 모르오. 그 모든 게 허

망해서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자진해서 흔쾌히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갖추는 것이 이 공부의 요체라 할 수 있소.

제법실상을 보면 부처를 본다고 했소. 제법실상에 대해서 여러분

께 말 해준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건만 제법실상을 아는 사람을

보지 못 했소. 결국 어떤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의 참뜻을 씹고 또 씹

어서 완전히 알고 넘어가야 하오. 단순히 ‘법의 진실 된 모양은 한

결같다’고 알면 그런 잘못에 빠지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