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여러분이 어떤 형태로건 마음이 뭔가에 붙잡혀 있고 사로잡혀 있다면,

세속법이 됐건 출세간 법이 됐건 두 살, 세 살 때의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훨씬 진리에 가깝소. 이건 부처님 말씀이오.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여러분이 어머니 배 밖에 나온 이후 보고 듣고 하는 과정에서 관찰자

가 ‘나’고 ‘내’가 관찰한 모든 경험들이 실제고 그 어간에서 ‘나’의 경험

‘나’의 체험으로 축적된 업장, 업의 장애요. 업의 장애 중에 고약하고

나쁜 것은 버리려고 쉽게 동의하오. 하지만 선한 것, 참된 것, 거룩한

것은 동의하지 못하오. 이거 버리지 못하면 그 반대도 못 버리오.

부처하고 악마하고 누구랑 친하고 싶소? · · · · · · 여러분이 근원으로

돌아가면 부처도 악마도 여러분의 한 생각으로 지어 낸, 대단히 망령된

정량(情量), 범정으로 지어낸 허망한 올가미요. “진실을 깨치게 되면

마귀의 굴도 소탕할 수 있습니까?” “택도 없는 소리. 본래 있지도 않은

데 뭘 소탕 하겠소?” 옛 선사가 이랬다는 거요. 천지가 온통 ‘내’ 마음

뿐이오. 마음 밖에 는 진실로 한 법도 없소.

여러분의 느낌이 아무리 거룩하고 아무리 고약하건 그 느낌은 전부 다

허공에 손가락으로 낙서 해 놓은 거요. 실다운 게 아무것도 없소. 느낌

을 좇으면 범부요. 그 느낌에 이름을 붙이면 부처고 마귀고 그렇소. 그

느낌에 이름을 지어 놓으면 범부고 성인이고 그렇소. 느낌을 떠나서,

5음18계를 떠나면 말이니 문자니 뜻이니 그런 거 붙을 수가 없소. 텅

트인 하나의 허공인 마음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