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모든 이름이 있고, 모습이 있고, 뜻이 있는 것들은 전부 인간 두뇌의

산물이오. 실체는 티끌 하나 까딱한 적이 없소. 이걸 이거라고 지칭

할 만한 것이 없다 소리요. 여러분이 자체성, 본성을 밝히게 되면 온

세상이 ‘나’요. 특별히 특정한 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소. 늘 여기 저

기, 머물고 머무르지 않고, · · · · · · 그런 언어화 되고 개념화 된

모든 것은 전부 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데 대해서 제가 지은 업

때문에 나타나는 업의 그림자요. 그래서 자꾸 형상에 홀리는 거요.

실체라고 집착하는 거나 실체가 아니라고 꿰뚫어 봐서 홀리지 않는

거나 전부 방망이 감이요. 왜 그렇겠소? · · · · · · 본래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있는 줄로 알고 홀리고는 이제는 다시 ‘아무 것도 없다’ 는

것을 새로 깨달은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오. 지금 아무 일도 없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꿈꾸고 있는 것이오. 지금 바야흐로 여러분을 이끌

자리는 꿈도 깨어남도 다 아닌 자리요. 세상이 몽땅 다 아니오. 아니

란 것도 아니오.

모든 법은 유정, 무정을 막론하고 깨달음의 바른 자리에 있소. 제가

다만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로 오인한 것 뿐이오. 이 놈을 ‘나’로 알

고 내가 보고 듣고, ‘내’가 의지해서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실체인 줄

알고 오인한 거요. 마음과 경계를 실체로 보게 되면 마음과 경계 사

이에서 마찰, 갈등이 일어나는 거요. 만법이 성품이 없는 도리를 알

았으면, 마음이 마음이 아니고, 경계가 경계가 아니오. 그럼 번뇌가

어디서 생기겠소? 감동은 어디서 생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