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모든 법의 성품은 허공성이요, 무생성이요, 무작성이오. 그러니 참된 법은

법과 법이 서로 마주보는 경우도 없고, 법이 법을 내는 경우도 없고, 법이

법을 들이는 경우도 없는 거요. 법이라는 것이 빈 이름만 있을 뿐이지 실체

가 없다는 말이요. 그게 바로 만법이 성품이 없다는 얘기요. 만법이 성품이

없는 도리만 알면, 낙처니 당처니 하는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 거요. 밖으로만 내닫던 그 생각,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를 돌아보는 것

이 마음공부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 할 수 있소.

가장 마지막이고 가장 최후, 최고의 깨달음은 이 세상이 몽땅 하나로 통합

되어 나타난다는 것이오. ‘내’ 마음속에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라는

대립 개념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아무리 통합하려고 애써도 아무 소용없는

짓이오 .· · · · · · 지금 여러분이 공부한다는 것이 생태적으로 쌓이고 쌓인

‘나’와 ‘너’, 주체와 객체, 객체와 객체 사이의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관계를

쾌도난마 하는 것이오. 극과 극으로 대립하는 숱한 대립 개념들을 일도양단

으로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여러분 마음공부의 요체라 할 수 있소.

이 몸을 ‘나’인줄 알고, 이 세상을 실제인줄 알고, 그 어간에서 이 몸을 잘

고이고 섬기고 하여 이놈의 안락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 삶의 대부분 아니오? · · · · · ·

무위라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오. 무위를 알면 승가라 했으니, 이를 알아야 비로소 부처님

제자라 할 수 있고 시간, 공간적인 일체의 차별법이 붙을 여지가 없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