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우리가 마음 법을 공부하고, 마음을 깨치고, 마음을 밝힌다는 게 결국은

여태까지 자기가 자기한테 속아왔음을 알아차리는 거요. 옛 어른들은 이

마음이라는 게 재주 좋은 요술쟁이 같아서 끊임없이 사람을 속인다고 했

소. 남을 속이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인데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니 이건

대단한 재주가 아닐 수 없소. 질문자는 밥 먹었소? · · · · · · 네. · · · ·

· · 벌써 속은 거요. 실상은 먹은 자도 먹은 밥도 없는 게 진실이오. 밥을

먹으니 배가 부르오 배가 고프오? · · · · · · 부릅니다. · · · · · · 그것도

이미 속은 거요. 실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적멸한 게 실상이오.

연생은 무생이기 때문이오.

연생은 무생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존재에 얽매여서 휘둘렸던 마음이 존

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소. 이 세상 모든 것은 인연

따라 나오. 인연 따라 나는 것은 나기는 났는데 실제로는 나는 일이 없다

는 뜻이오. 우리가 인과법 이니 뭐니 다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원인

이 있어서 결과를 낳게 되지 않소. 그런데 나중에 만법이 자체로 성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갑이 을을 내는 일은 없는 거요. 갑

도 을도 다 허깨비이기 때문에 그렇소. 이제부터라고 했지만 본래 그랬던

거요.

여러분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는 법도 없소. 연생은 무생이기 때문에 그

렇소. 그래서 모래벌 이야기를 자꾸 하는 거요. 우리의 시선이 부분적으

로 한 군데에 머물 때에는 뭔가 없던 게 새로 생겨난다고 말을 하지만,

어느 날 모래벌을 문득 보고난 후에는 ‘내’가 부분적으로 요것만을 봤을

때에는 뭔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분명한데, 모래벌 전체를 보고났더니

모래벌은 생기고 사라지는 일 없이 늘 그대로인 거요. ‘내’가 속은 거요.

실제로는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일 따윈 없이 늘 그대로 인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