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 거울 갖고 있소?

- 예.

- 거울이 묻소? 어떻게 비출까요 하고?

- 아닙니다.

- 그러면 답이 다 된 거 아니오?

그 안에 ‘나’라는 중심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요?”하고 묻소. 거울은

‘나’니 ‘나’ 아니니 하는 게 없소. 그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비출 뿐

이오. 근데 중생들이 전부 다 그 거울 같은 본래 마음을 잊어버리고

그 거울에 비추어진 그림자를 실체라고 오인하고 있는 거요. 그리고는

비추어진 그림자가 묻소. “어떻게 비출까요?”하고. 자신은 비추어진

그림자에 불과하오. 갑이라는 그림자가 을이라는 그림자를 보는 게

아니오. 그 영성(靈性)이 짓는 대로 비추어줄 뿐이오.

이 세상 모든 상호관계는 인간 두뇌의 산물에 불과하오. 상호관계에

관여한 것처럼 보이는 낱낱의 존재는 실체가 없는 거요. ‘내’가 견문

각지의 지각활동을 주도적으로 굴린다고 여기기 때문에 “어떻게 봐야

합니까?” “어떻게 들어야 합니까?” 하는 따위의 의문이 생기는 거요.

끝끝내 수행의 주체가 ‘나’라 소리요. 그런 사람은 근원으로 돌아가기

참 어렵소.

모든 존재는 전부 다 진성(眞性), 참성품이 인연 따라 감응해 나투어진

그림자요. 그런데 그 참성품을 등지고 거기에 비추어진 그림자를 실체

로 오인했기 때문에 ‘나’가 생기고 ‘너’가 생기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생겨나게 된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