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산하대지 삼라만상이 몽땅 다 망상의 습기(習氣) 때문에 나타나는

거요. 그 말은 꿈속에서 본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얘기요. 여러

분이 구체적 실체로 인정하는 이 우주, 이 세상, 물론 ‘나’까지 포함

해서 그렇소. 즉 이 세상 모든 게 자체로는 성품이 없는 인연이 헛되

이 어우러서 된 거와 같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오. 이 말은 여러

분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매번 하는 소리지만, 그저 예사롭게 들어

넘기기 때문에 공부의 진척이 없이 늘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거요.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인줄 알고 숱한 이름을 짓고 뜻을 짓고, 그

상호간의 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엮어대고, 그렇게 해서 잔뜩

지금 현재 난마처럼 얽혀버린 게 소위 여러분이 말하는 이 세상이오.

여러분이 뭔가를 아무리 명쾌하게 이해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명

쾌하게 알았다고 해도 전부 다 망상의 습기요.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저 바깥에 엄연히 실체로 존재하는 줄로

알았던 것들이 전부 다 ‘내’가 지은 업(業)의 그림자요. 그러면 여러

분이 지금 보고 듣고 하는 세상은 망상의 습기 때문에 기회 있을 때

마다 모락모락 나는 건데, 그게 제 마음에 의해 비추어진, 신광(神

光)이 투출해서 나는 건 줄 모르고 저 바깥에 있는 객관경계라고 지

금까지 알고 살아 왔던 거요. 면전에 있는, 여러분 마음 바깥에 있는,

여러분이 보고 듣고 하는 모든 것은, 저 마음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

고 여러분이 지은 업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꿈같고 환 같

은 업의 찌꺼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공부를 지금 하고 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