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우리가 굴리는 건 의식밖에 없소. 하지만 거울이 사물을 비추면서

종일 하루 그렇게 중얼거리는 일도 없소. 비춘 걸 기억하는 일도 없

소.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으면서 그저 비출 뿐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소? 좋은 소리 나쁜 소리, 좋은 모습 나쁜 모습, 그게 다 ‘내’가

듣고 ‘내’가 보고 ‘내’가 이름 짓는 거지 않소? 여러분이 뭔가 체험했

을 때, ‘내’가 어떤 체험을 했다고 기억되면 그게 의식이오. 하지만

체험한 자, 다시 말해 주재자(主宰者)가 없는 게 진실이오. 지금 그

렇게 질문했어도 질문한 자가 없는 거라 소리요. 지금 질문자는 지

각도 없고 힘도 없소. ‘나’도 마찬가지요. 지각도 힘도 없는데 그 물

음에 이렇게 대답을 하고 있소. 그러니 잊지 마시오. 질문과 대답은

한마음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요, 독립된 개체로 보이지만 사

실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식이

작동 안 하면 따로따로라 커니 하나라 커니 하는 생각이 애초부터

없는 거요.

　그렇다고 의식이 없고자 하면, 의식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는

어떤 노력도 의식이오. 수행의 이름으로 하고 있는 모든 행위는 전

부 이 ‘나’가 소위 그 개념의 굴레, 의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 하는 거요. 묶이는 게 싫어서 나온 말도 해탈 아니요?

　갈고 닦고 할 게 ‘나’인 줄 알고 있는 한, 아직도 한 천리 밖이오.

· · · · · · 참으로 깊이 알아들어야 하오. 비워야 된다는 말은 맞소.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비워야 된다는 말을 다시 행하려고 애를

쓰니, 그게 이상하지 않소? 말로만 비었지 비었다는 개념이 머릿속

에 꽉 차 있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