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여러분은 지금 우선 정종문(正宗門)으로 가야하오. 그래서 일체

존재의 근본을 밝혀야 하오.· · · · · · 세상이 몽땅 없고, 세상의

사람이 몽땅 없음을 말로써가 아니라 바닥까지 투철하게 사무쳐야

하오. 만법이 자체로 성품이 없다는 게 바로 그 소리요. 내 자신이

부처요. 여러분 자신이 부처요. 부처 이외에 다른 한 법도 없소.

자·타, 나와 너, 이런 관계는 철저히 환상이오. 법성신은, ‘참 나’는

그 본체가 허공 같소. 이것과 저것 사이에 일체의 경계가 없소. 티

끌만한 한 법과도 상대하는 게 없소. 그러니 거기에 누가 누구에게

감사를 하겠으며, 누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겠소? 이 말은 감사할

줄도 모르고 은혜도 알지 못하는 배은망덕한 사람을 말하는 게 아

니오. 그 실상을 놓치지 말라 소리요.

　정종문을 밝힌 다음에는 세상에 다시 들어와서 세상법과 같이

섞여서 살아야 하오. 그걸 일러 불사문(佛事門)이라 하오. 한데

섞여 살면서도 모든 게 전부 다 그 근본이 빈 것인 줄 알기 때문에

걸리고 막힘이 없소. 있건 없건, 좋건 나쁘건, 참이건 허망이건.

　만법이 성품이 없어서 세상도 세상이 아니고, 중생도 중생이 아

니면, 안팎으로 부처도 없고 조사(祖師)도 법도 없어서, 법과 법이

서로 마주보는 경우도 없고 법과 법이 서로 이르르는 경우도 없소.

법이 법을 내는 경우도 없고 법이 법을 들이는 경우도 없고, · · ·

· · · 모든 법은 자체로 성품이 없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

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성취하는 일이 없는 거요. 이 세상 실상

이 참말로 그렇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