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참된 수행자는 모름지기 자기 자신의 마음 씀씀이, 행동거지가

모순투성이로 꽉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우선 깨달아야 하오. 하지

만 그가 궁극적으로 참으로 성품을 밝힌 사람이라면 모순이 있건

없건 간에 그 모든 것이 여여부동한 참 마음에 의해 나투어진 빈

이름뿐이요, 빈 모습뿐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소. 자기 자신이

모순투성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 우선 그 모순을 해소하려고 들지

만, 그러지 말고 그 모순 있는 걸 그냥 보라 소리요. 제가 보기에

뒤죽박죽 실타래 엉키듯 엉켰어도.

　모순을 해소하여 모순 없는 원만구족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게 생사법이오. 만약 성품을 밝히지 못하고 깊은 산에 들어가

깊이 반성하고 참회해서 그 모순을 전부 해소하여 모순 없는 사

람이 되었다 쳐도 그 사람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사람, 훌

륭한 사람이라고 존경은 받을런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참 사람

은 아니오. 참 사람은 모든 선과 악, 옳고 그름이 전혀 빈 말뿐이

라는 사실을 자기 안목과 자기 지혜로 꿰뚫어 본 사람이오.

　여러분 마음이 본래 그렇게 여여부동 하오. 그렇게 되기 위한

새로운 조작은 전혀 필요치 않소. 모순에 가득 찬 마음을 가지고

모순에 가득 찬 세상을 비헤집고 살아야 하니 마찰계수가 높을

수밖에 없소. 여러분이 갖고 있는 모든 갈등이나 시름, 걱정이 자

기가 안고 있는 모순 때문에 그런 거요. 그럴 때 그 모순을 해소

하려 하고, 그 모순으로 똘똘 뭉친 자아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놈이 바로 자아, ‘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오. 또한 이 놈은

무엇을 극복하든가 다퉈서 이긴다든가 무엇으로부터 회피하든가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오. 환화공신이라 소리요. 그럼 한 가지,

· · · · · · 그저 그냥 볼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