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심성(心性)이 생각을 여인 게 깨달음이라 했소. 그런데 우리 생각이

하도 판을 치는 바람에 심성이 숨어버린 거요, 지금. 생각이 심성에 의

지하지 않으면 나지도 못 하면서 생각만 온통 판을 치는 바람에 그 생

각을 있게 한 심성이 상주(常住)한다는 사실을 지금 우리가 까맣게 잊

고 있는 거요.

　심성은 항상 하오. 늘고 줄고 하는 일도 없고, 생멸하는 일도, 가고

오고 하는 일도 없이 늘 항상 하오. 그러니 상주하는 심성에 의지해서

나는 생각도 항상 할 수 밖에 없는 거요. 생각이 제 아무리 엎치락뒤치

락 꼬이고 야단법석을 피워도 상주하는 거요. 거울에 비친 그림자가

아무리 희한망측 기기묘묘 해도 그건 그림자라 소리요. 아무리 불만이

많고 억울해서 툴툴대도 그건 그림자요. 그러한 생각이 나게끔 한 참

마음, 심성은 억울한지 노여운지 그런 거 모르오. 거울은 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비출 뿐이오. 이런 실상을 모르고 생각이 다 인줄로만 아

는 사람은 곧 지옥을 사는 거요.

　그러니 피어오르는 생각이 아무리 번잡하다고 해서 그걸 다시 지우

고 털고 할 일이 없는 거요.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내 참성품에 비

친 그림자뿐임을 깊이 사무친다면 지금 있는 이대로인 채로 모두가 참

일 뿐이니, 마음에 무슨 생각이 떠올라 정신이 산란하다 해도 그게 다

푸른 하늘에 잠시 머물렀다 이내 흘러가는 한 점 구름 보듯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