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이 세상이 하나의 성품 바다요(一眞性海). 그런데 우리가 한 부분만

보는 거요. 인간의 인식작용이 가능하려면 전체에서 그 한 부분을 떼어

내야 하오. 벌써 분별이 이루어졌다 소리요. 인식작용은 그렇게 분별에

서 시작되는 거요. 하지만 깨어있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 백묵이나 칠

판이나 여기서 법을 설하는 영감이나 거기서 듣고 있는 여러분이나 전

부 다 한 마음이 변해서 나타난 거요. 모름지기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

지 않는 것이나 모습이 있고 이름이 있는 모든 것들은 몽땅 마음의 거울

에 비친 허망한 그림자요.

　그 그림자를 비추어내는, 거울 같이 맑은 그 성품 자체에는 이렇다 저

렇다 하는 분별이 애당초 없소. 하지만 거기에 나타난 그림자를 좇으면

‘나’니 ‘너’니, 법이라커니 법 아니라커니 하는 온갖 이런 것과 온갖 저런

것의 두 갈래가 지어지는 거요. 이 말은 그렇게 하면 틀린다 소리가 아니

고 인간 인식작용의 메카니즘과 실상을 항상 놓쳐서는 안 된다 소리를

하는 거요,

　그러니 뭔가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알아들어서 깨달음의 자리에

가려는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가를 알아야 하오.· · · · · · 늘

하는 소리요. 인간 지각활동의 성품이 ‘나’요. 그게 진짜 ‘나’요. 거기에는

깨달음이니 미혹함이니 하는 것도 없소. 법이니 법 아니니 하는 것도 없

소. 그 성품 자리에서 한 생각 일어나면 이해가 되니 안 되니, 깨달아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헐떡헐떡 대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요. 그

시시각각 난리법석을 피우는 지각활동이 의지해 있는 그 근본은 까딱

조차 한 일이 없소. 바다에서 종일 하루 물결이 쳐도 물은 안 움직인다

소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