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 >

　온갖 이런 것, 온갖 저런 것이 몽땅 실체가 없소. 일체 만법이

성품이 없다 소리요. 그러면 모든 이런 표현 모든 저런 표현이

전부 군소리요, 일체의 논리체계, 일체의 가치체계가 전부 망상

으로 돌아가는 거요. 그렇다면 그게 자연과학이 됐건 사회과학

이 됐건 인간이 머리로 지어낸 모든 것은 티끌만한 한 법도 취할

만한 것이 없소. 물론 버릴 것도 없소. 일체의 모습이 있고 이름

이 있고 뜻이 있는 건 모두가 환상이라 소리요.

　진실이 이럴진대, 중생들은 모든 것을 또렷또렷하고 명료하게

요정(了定)을 지으려고 하오. 만법이 성품이 없는데도 이건 이

렇다고 저건 저렇다고 명료하게 얘기하고 또 그것을 절대적인

것이라고 내지른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

람이오.· · · · · · 실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데, 티

끌만한 한 법도 움직인 조짐도 없는데 온통 제가 이렇다고 저렇

다고 생각으로 엮어놓고는 엮은 데에 제가 걸려든 거요.

　불법(佛法)을 비방한다는 게 딴 게 아니오. 말로는 티끌만한

한 법도 실다운 게 없다고 하면서, 실제로 자신이 보고 듣고 하

는 것은 예전에 하던 버릇 그대로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죄

업이 더 어디 있겠소? 부처님 말씀을 팔고 있으니 말이오. 대부

분의 사람들이 마음공부를 대충 이런 식으로 하고 있으니. 그

래가지고서야 대체 언제 벗어날 기약이 있겠소?· · · · · · 만법

이 성품 없는 도리를 바닥까지 철저하게 진심으로 사무치지 않

는다면 이 공부는 단 한 발자국도 진척이 있을 수 없소. 그 만법

속에는 그 자신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마시오.